#낮은 은행금리 불만에 6개월전 난생 첫 국내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던 주부 이 씨(50)는 최근 계좌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당시 은행 창구 직원이 추천했던 올해 수익률 30%짜리 펀드는 온데간데 없고 되레 원금이 줄어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가입한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여전히 20%로 나오는데 실제 저런 수익을 올린 투자자가 도대체 얼마나 되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높은 초기수익률을 바탕으로 덩치를 키운 국내주식형 펀드들이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막상 자금이 몰리고 난 후에는 은행 예금이자만도 못한 성과를 내고 있는 상품이 많기 때문이다. 연초에 기록했던 단기 고수익이 전체 펀드수익률에 누적 집계되다보니 이같은 문제점이 드러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6개월새 1000억원 이상 자금이 순유입된 국내 주식형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는 모두 12개다. ‘메리츠코리아’가 1조1168억원으로 독보적인 1위를 기록했고 ‘이스트스프링코리아리더스(3713억원)’ ‘삼성중소형FOCUS(3510억원) ‘KB중소형주포커스(297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해당 펀드들의 인기 비결은 수익률인데, 연초 이후 평균 17.54%로 국내주식형 펀드 전체(5.28%)의 3배를 웃돈다.
그러나 막상 자금이 늘어나기 시작한 6개월 성과는 부진하기 짝이없다. 12개 중 7개 펀드가 손실 구간이다. 각각 1200~1300억원이 유입된 ‘현대인베스트먼트로우프라이스’와 ‘마이다스신성장기업포커스’는 이 기간 수익률이 -8.82%와 -8.41%로 집계됐으며 ‘한국투자롱텀벨류’ ‘KB중소형주포커스’도 -5%대에 머무르고 있다. 1018억원이 들어온 ‘라자드코리아(9.94%)’ 정도를 제외하면 수익률이 플러스인 펀드들도 내세울 만한 숫자가(1~3%) 못된다.
문제는 펀드중 상당수가 수익률이 부진했던 시기에 자금 유입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공룡펀드(설정액 1조원 이상)로 성장한 ‘메리츠코리아’의 경우 전체 설정액(1조6200억원)의 3분의 2가 몰린 최근 6개월 수익률이 3.70%, 5000억원 이상이 유입된 3개월은 -11.28%에 그쳤다. 전체 설정액 2242억원인 ‘미래에셋가치주포커스’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2.87%지만 1738억원이 집중적으로 들어온 지난 6개월은 0.27%에 불과하다. 결국 수익률이 최고조를 기록했던 4,5월 이후 몰린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10%대 중반의 수익률 대신 손실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선 펀드 규모가 커질수록 운용철학에 부합하는 기업만 매매하기가 쉽지 않다고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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