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행위 논란에도 불구하고 ‘5조 원 기술수출 계약’ 소식에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한미약품은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 보다 16만4000원(29.98%) 오른 71만1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상한배분되고 있다.
한미약품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역시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으며 17만8000원을 기록 중이다.
전날 한미약품은 프랑스의 다국적제약사 사노피와 자체 개발 중인 지속형 당뇨 신약 포트폴리오인 ‘퀀텀 프로젝트’를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은 계약금 4억 유로와 임상개발 및 허가, 상업화에 따른 단계별 기술 수취료(마일스톤) 35억 유로 등 총 39억 유로(약 4조8000억원)을 받게 된다. 이와는 별도로 매출액의 10% 이상을 러닝로열티로 받기로 했다.
초대형 기술이전 계약 소식은 한미약품의 불공정행위와 관련한 검찰 수사 부담도 털어내며 주가를 힘껏 밀어 올렸다.
증권사들의 호평도 쏟아졌다. NH투자증권은 “대한민국 제약산업 역사의 한 획을 긋다”라며 목표주가를 55만원에서 70만원으로 올렸고, 현대증권은 “만루홈런으로 3연타석 홈런을 쳤다”며 목표주가로 100만원을 제시했다. 하이투자증권 역시 기존 57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목표주가를 대폭 상향했다.
김태희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무수히 많았던 대형 제약사들의 기술도입 계약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라며 “5조원에 달하는 계약규모 뿐 아니라 마일스톤 대비 계약금 비중, 러닝로열티 비율에서도 한미약품이 협상 당시 우위에 있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너의 지지 하에 전사적 연구개발(R&D) 투자 집중과 최고기술경영자(CTO) 출신 최고경영자(CEO)의 전문성 등 목표지향적 경영이 다른 제약사와 차별화된다”며 “앞으로도 추가 기술수출 계약 체결과 중장기 자체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한미약품이 이미 지난달부터 꾸준히 상승했기 때문에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앞서 한미약품은 지난 3월 다국적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6억9000만달러의 계약을 체결하며 단연 상반기 제약·바이오주의 상승 랠리를 이끌었다. 한미약품 주가는 연초 10만2000원에서 지난 7월29일 장중 60만6000원까지 치솟았다가 2분기 실적 부진과 고평가 부담에 30만원선까지 뒷걸음질 쳤다. 그러다 다시 지난달부터 반등에 나서 9월 말 37만1500원이었던 주가는 50만원대로 올라서며 상승세를 탔다. 올해 들어 주가는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를 탔고, 이날 기준으로는 한 달 새 2배 넘게 오른 셈이다.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193.15배에 달한다.
김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당뇨 파이프라인의 성공 가능성은 커졌지만 이 같은 점이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이미 반영됐다”며 “추격매수는 금물”이라고 권했다. 투자의견은 ‘중립’으로 제시했다. 목표주가 역시 이익 증가 추이를 반영해 37만원에서 58만원으로 올리긴 했으나 현 주가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검찰이 한미약품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수사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일부 자산운용사가 지난 3월 한미약품이 일라이 릴리와 면역질환치료제 ‘HM71224’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미리 확보해 고수익을 올린 혐의(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해 조사 중이다.
당시 한미약품 주가는 공식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이 같은 사실에 주목해 조사를 벌여 한미약품의 내부 정보를 빼돌린 직원 A씨와 이 정보를 듣고 기관투자자들에게 전달한 증권사 연구원 B씨를 적발해 지난달 말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