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증시 개방 후강퉁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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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2 김씨와 반대로 5월 '바이 차이나' 열풍의 막차를 타겠다고 차이나 펀드에 투자한 회사원 박 모씨는 20% 손실을 무릅쓰고 결국 손절매했다. 6월 5000선을 찍은 상하이 증시는 최근 3000선까지 고꾸라졌다. 박씨는 증권사들이 최근 중국 증시에 '매수' 의견을 보이는 데 대해 손사래를 쳤다. 박씨는 "중국 시장은 사실상 정부가 마음대로 좌지우지한다"며 "내년에 또 어떤 이벤트로 해외 투자자들을 배신할지 알 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중국이 주식시장을 외국인에게 개방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개미투자자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초기에 뛰어들었던 국내 투자자들은 반 년이 채 지나지 않아 '셀 차이나'로 돌아섰다.
지난해 11월 17일 처음 시행된 후강퉁은 중국 증시의 첫 완전 개방을 의미했다.
특별한 자격 신청 없이 증권사에서 계좌 하나만 개설하면 마음대로 투자가 가능했다. 중국 증시의 외국인 개미 직거래다. 또 중국 개인투자자들에게 허용되지 않았던 홍콩 주식이 후강퉁을 통해 개방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몰려들 것이란 기대도 컸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후강퉁의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홍콩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후강퉁 총 거래 규모는 약 2조3200억홍콩달러(약 300조원) 수준이다. 홍콩거래소의 하루 거래 규모가 1134억달러(약 130조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전체 거래량 대비 후강퉁의 규모는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국내 투자자들 사정도 다르지 않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해 11월 17일 후강퉁 시행 이후 지난달 16일까지 11개월 동안 12조3266억원어치를 거래했다. 후강퉁 주식 순매수는 7832억원에 그쳤다.
거래 규모로 보자면 국내 투자자들의 일평균 후강퉁 관련 거래대금은 584억원에 불과하다. 코스피 거래대금이 일평균 5조원대임을 감안하면 국내 개미들의 후강퉁 거래 규모는 유가증권시장의 약 100분의 1 수준인 셈이다.
이처럼 후강퉁 거래가 인기를 끌지 못하는 까닭은 중국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 탓이다.
중국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의 교차거래를 뜻하는 후강퉁 투자에 나섰던 국내 투자자들이 천국과 지옥 사이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해 11월 초 2500 수준에 머무르던 상하이종합지수는 11월 17일 후강퉁이 시행되면서 급등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12일에는 5178.19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신용거래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지수가 급락하기 시작해 지난 8월 26일에는 2850.71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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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들어서면서부터는 중국 증시가 충분히 조정받았다고 본 증권사들이 조심스럽게 매수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이 순매수로 전환하고 있다.
후강퉁에 이어 늦어도 내년 1분기에는 선강퉁이 실시된다. 앞으로 중국 투자는 '숲보다는 나무를 보는' 투자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게 증시 전문가들 조언이다. 정책 수혜주를 선별해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1년간 국내 투자자들은 중국 정책에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별 대표주에 집중 투자했다.
후강퉁이 시행됐을 때 가장 먼저 투자자들 주목을 받았던 섹터는 보험과 증권 같은 금융주였다. 중국 중산층 소득 수준이 늘어나고 규제가 완화되면서 금융 거래량이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후강퉁 거래가 시작된 작년 11월 17일부터 최근까지 후강퉁 누적 순매수 1위 종목은 중국평안보험이었으며, 2위는 중신증권이었다. 다음으로 중국 정부가 러시아, 아시아 전역을 경유하는 철도·고속도로·해상 무역로 네트워크 건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건설과 철도, 자동차 관련 종목들이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상하이자동차, 중국철도건설, 중국중차, 항생전자, 중국중철 같은 종목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중국의 중산층 확대 정책에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는 여행주, 헬스케어 관련 종목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정보기술(IT)·인터넷과 미디어 관련주도 유망 종목으로 손꼽힌다.
최원석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이 중산층 시대에 진입하면서 IT·미디어 분야 신산업을 육성하고 있음을 감안해 엔터테인먼트·인터넷·IT 관련 종목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후강퉁 거래를 할 수 있는 13개 증권사 가운데 활발히 거래가 되는 곳은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 정도다.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이 시장점유율 면에서 61%와 15%를 각각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투자증권이 5% 수준을 점유하고 있고 KDB대우증권이나 NH투자증권 등은 5% 미만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후강퉁 거래가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의 2강 체제로 굳어지면서 이들 증권사는 새로운 브로커리지 수익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향후 후강퉁 거래에서 초기 선점 효과가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가 있어 선전 증시와 홍콩 증시 사이의 교차거래를 뜻하는 선강퉁에 대해 미리 대응하겠다는 대형 증권사들이 많아졌다. NH투자증권은 중국 자오상증권(CMS)과 양해각서(
해외 주식 전용 모바일트레이딩 시스템을 오픈해 업계 최대인 7개국 온라인 서비스를 개시했다. 선강퉁 관심종목 리포트도 제작하고 있다. KDB대우증권도 선강퉁 거래를 할 수 있는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을 개발했다.
[한예경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