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광교와 함께 올해 수도권 ‘블루칩’으로 통했던 동탄2신도시 분양시장 분위기가 최근 들어 심상치 않다. 불과 반년전만 해도 평균경쟁률 100대1을 훌쩍 넘는 곳까지 나올 만큼 열기가 후끈했지만 이제는 1순위에 청약자 숫자를 못 채우는 곳이 출현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지난해부터 잇따른 분양성공에 콧대 높아진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끌어올리면서 예년보다 과도한 물량에 피로감을 느낀 수요자들이 이를 외면하면서 생긴 현상으로 풀이된다.
4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전날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1순위 청약을 받은 ‘신안인스빌 리베라 3·4차’는 979가구 모집에 겨우 106명이 신청해 미달의 고배를 마셨다. 3·4차 두 단지를 합친 6개 타입 중 당해지역에 심지어 1명도 청약자를 못 모은 타입이 2개나 된다. 전체 주택형 가운데 가장 많은 221가구로 ‘주력 평형’으로 내세웠던 3차 전용면적 96㎡A도 그 중 하나다. 기타경기지역에서 3명, 서울인천에서 2명이 접수해 달랑 5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앞서 2013년과 지난해에 잇달아 분양한 신안인스빌 리베라 1차와 2차 총 1557가구가 완판됐고 최근 입주를 시작한 1차에는 프리미엄이 최고 5000만원 붙어있는 것과 비교하면 다소 충격적인 결과다.
변변찮은 성적표를 받아든 단지는 이 곳 뿐 아니다. 이달초 분양한 ‘동탄2 금호어울림 레이크’는 755가구 모집에 1040명이 모여 2순위에서 겨우 청약자수를 채웠다. 대기업 브랜드도 별 효과가 없었다. 공공분양으로 GS건설과 신동아건설이 함께 선보인 ‘동탄 자이파밀리에’는 8개 주택형 모두 1순위에서 줄줄이 미달된 후 최종 평균경쟁률 1.01대1로 겨우 체면을 차렸다. 지난달 ‘화성동탄2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9.0’는 총 688가구에 1421명이 청약해 2.06대1에 그쳤다.
뜨겁던 동탄2 청약시장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4분기부터다. 지난 7월 분양한 ‘동탄2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 3차’는 196가구 모집에 무려 2만7707명을 모으며 1순위에서 경쟁률 141.4대1을 찍었다. 올해 수도권 분양 단지 가운데 3번째, 전국으로 보면 21번째로 높은 것이다. 반도건설이 9.0에 앞서 올해 3월 잇따라 선보인 아이비파크 5.0과 6.0도 각각 55.67대1과 62.85대1로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다 10월 ‘동탄2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가 3.64대1로 청약을 끝낸 것을 시작으로 경쟁률 10대1을 못 넘기는 단지가 줄줄이 이어지는 상황으로 반전됐다.
올해 분양공급 과다로 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가 연말에 접어들며 점차 커지자 진짜 괜찮은 단지를 찾겠다는 수요자들의 ‘옥석가리기’가 한층 더 심해진 결과라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 동탄2에서 분양한 단지들은 리베라CC를 기준으로 남쪽에 있는 ‘남동탄’에 몰려있다. 동탄2 최고 호재로 꼽히는 KTX동탄역(KTX는 내년 개통), 롯데백화점을 비롯한 복합쇼핑시설이 들어서는 핵심 상업지구인 광역비즈니스콤플렉스와는 최고 4㎞나 떨어져있는 곳이다. KTX동탄역 인근에 분양한 시범단지와 비교하면 입지경쟁력에서 상대가 안 되지만 가격은 만만찮다. 부동산114에 다르면 1030만원인 신안인스빌 리베라를 포함해 올해 동탄2에서 분양한 아파트 3.3㎡당 평균분양가는 1085만원으로 지난해 957만원보다 128만원 올랐다. 이미윤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위치도 불리한데 건설사들이 피(프리미엄)까지 반영한 시세로 분양가를 매기니 일반 청약자 입장에선 전혀 이점이 없다”며 “입주 이후에 KTX동탄역 인근 단지와 가격차이가 확연할 것이란 생각에 좀처럼 청약에 뛰어들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과잉공급 여파를 피하려는 숨고르기 분위기도 감지된다. 올해 동탄2에서 분양한 단지는 총 1만9240가구. 지난해 7706가구보다 2배 이상 많다. 덕분에 동탄2가 있는 화성시 새 아파트는 총 3만613가구로 올해 경기도 시·군 가운데 최대치를 찍었다. 동탄2 한 공인중개사는 “나중에 집값이 떨어지는게 아니냐는 걱정에 당첨자 가운데 계약까지 해야할까 고민하는 사람이 적잖다”고 전했다. 박원갑 KB국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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