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이 되어 있어서 신규건축허가가 불가능했던 지역에 신축을 의뢰한 설계 건이 있었다. 토지이용계획상 정비예정구역이지만 이미 오래 되어서 더 이상의 법적 효력은 없는 지역이었다. 도면을 작성하여서 구청을 상대로 더 이상 효력이 없음을 주장했었다. 오랜 설득과 이해로 건축허가가 가능하게 되었고 건축허가는 우리가 원했던 대로 허가가 났다.
하지만 건축주는 기존에 살고 있던 집의 세금으로 인하여 1년 정도 있다가 공사를 하고 싶어 했기 때문에 그렇게 시간은 지나갔다.
1년이 지나갈 때 쯤, 건축주에게서 도면에 대해서 이의가 제기되었다. 자신이 원하는 도면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 당시는 허가가 나는 것 자체가 너무 급해서 다른 자세한 사항을 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건축주가 그렇게 부탁을 하니 ‘경미한 변경’이내에서 수정을 하고 싶었지만 건축주는 전면적인 수정이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났더니 다른 업체가 제시한 안을 가지고 왔다. 행정사항에 대한 해결을 포함하지 않고 단순 비교한다고 하더라도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지만 설계결과물인 투시도 및 내역서의 포함 여부로 타사의 제시안이 더 낫다는 자기 나름의 믿음을 확고히 하고 있었다.
결국 원하는 설계결과물을 전부 포함하는 사항으로 설계비 증액을 요구했다. 물론 타사의 설계비보다 저렴한 범위 내에서였다. 하지만 비교해본 것으로 인해 마음이 떠난 건축주는 그렇게 설계를 타사로 넘겼다. 최종적으로는 우리가 제시했던 것보다 설계비를 2배를 지출하고도 동일한 건축물이 지어졌었다.
물론 시공사 선정과정뿐만 아니라 시공과정에서의 분쟁은 말할 것도 없고, 건물을 처분하는 과정에도 여러 사람과 분쟁했던 이야기는 소문을 타고 넘어왔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마트를 방문했을 때 하나의 물건을 고르기 위해 다양한 것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건축으로 옮겨지면 사정은 달라진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은 소비자가 어느 정도 선택할 기준과 확인사항이 그렇게 많지 않지만 건축은 현장에서 건축행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건축의 전 과정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건축을 이해하기 위해 수 십 년을 공부하고 건축사가 된 사람들도 아직 이해 못한 구석이 많은데 처음 짓는 건물에 자신이 가진 이해의 잣대로 재어본들 그 내용을 바르게 전달받기는 어려운 것이다. 좋은 집의 기준도 어떤 사람에게는 내부색감이 중요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단열이나 소음이, 어떤 사람에게는 주방이나 거실의 크기가, 어떤 사람에게는 향과 창의 크기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한 가지를 강하게 이야기하다보면 다른 부분에서 부족한 결과물을 받게 되는 것이다.
결국 싸고 좋은 것을 찾는 일반 건축주에게 “싸면 무언가 결격이 있을 수 있고, 비싸다고 완벽한 것은 아니다”라고 애매한 답변을 하게 되는 일이 많아진다. 자재의 금액이 싸면 물건이 안 좋고, 공사비가 싸면 하자가 많거나 추가공사비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해주지만 비교
주변을 둘러봐도 ‘싸고 좋은 것’은 없거나 찾기 힘든데, 건축은 수백, 수천가지 종류의 선택에서 ‘싸고 좋은 것’을 찾으려면 본업을 바꾸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라임건축 김법구 건축사][ⓒ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