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금리인상 파장
![]() |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금리가 올라가면 과도한 차입금을 보유한 기업들이 늘어나는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서 기업 부실이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기업들이 영업이익 대비 순차입금 규모가 과도하거나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등 현금 흐름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중 올 3분기 연결기준으로 순차입금 규모가 4조원이 넘는 기업은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SK 포스코 등 27곳에 달했다. 순차입금이 1조원 이상인 기업은 62곳이었다.
순차입금이 가장 많은 업체는 한국전력으로 50조7278억원에 달했다. 한국가스공사(27조1934억원)와 SK(21조5773억원)가 순차입금 20조원을 넘겼고 포스코 현대차 대한항공 현대중공업 현대제철도 순차입금이 10조원을 넘었다.
순차입금이란 장단기 차입금과 사채, 유동성장기부채 등 이자가 있는 부채에서 현금과 단기예금을 뺀 금액을 의미한다. 순차입금 규모가 클수록 금리 인상 시 이자 부담이 커지지만 벌어들이는 현금이 많을 경우 이자 부담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각각 14조7984억원과 6조8789억원에 달하는 한국전력과 현대차가 대표적인 예다. 상각전영업이익이란 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법인세와 이자, 감가상각비용 등을 차감하기 전 영업이익을 뜻한다.
문제는 순차입금 규모는 크면서 현금 벌이는 시원치 않은 경우다. 한국가스공사는 순차입금이 27조원이 넘지만 상각전영업이익은 1조6743억원에 그쳐 순차입금과 상각전영업이익 비율이 16.24배에 달했다. 아시아나항공(12) 두산인프라코어(11.91) 등도 이익 대비 순차입금 비중이 과도했다. 현대상선은 순차입금이 이익 대비 93.44배에 달했다.
순차입금을 상각전영업이익으로 나눈 비율은 기업의 현금 흐름을 판단하는 지표로 많이 쓰인다. 이 비율이 높다는 것은 차입금 규모에 비해 기업이 벌어들이는 현금이 적다는 뜻으로 그만큼 이자비용을 부담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해외 신용평가사들은 순차입금이 상각전영업이익의 2.5배가 넘으면 재무위험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해당 기업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며 "국내 기업들 중에서는 순차입금이 상각전영업이익의 10배가 넘는 곳이 많아 향후 금리가 오를 경우 기업 재무부담이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순차입금이 많은 기업들은 이자보상비율도 나빴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이 비율이 1보다 작으면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태라는 의미다. 영업손실이 날 경우에는 이자보상비율이 마이너스(-)가 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순차입금이 4조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아시아나항공(0.7)은 이자보상비
한요섭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차입금 규모가 과도하면 금리 상승 국면에서 자금 부담이 늘어난다"며 "여기에 경기 부진과 구조조정 등으로 신용경색까지 겹치면 부실기업이 이자나 원리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디폴트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노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