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지하1층~지상2층짜리 단독주택을 보유한 김 모씨(65)는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저울질하고 있다. 건축사무소의 상담을 받은 결과 지금까지는 부부와 아들 가족이 각 층에 살았지만 작은 빌라로 다시 지으면 두 자릿 수의 임대수익을 얻을 있어서다. 김씨는 “20년이 넘게 살면서 돈을 깔고 앉아만 있는 듯한 느낌”이라며 “인근 한전부지 개발 호재 등으로 동네 땅값이 오른다지만 팔기보다는 임대를 놓고 싶다”고 말했다.
인근에 전용면적 300㎡가 넘는 2층 짜리 단독주택을 소유한 이 모씨(64)는 2억원을 들여 고급 인테리어로 집을 꾸미는 등 리모델링을 한 후 임대했다. 보증금 2억에 월세 수입만 1200만원에 달한다. 당장 들어간 인테리어 비용을 회수한 셈이다.
진짜 부자들이 산다는 강남의 고급 단독주택가에 리모델링·재건축 바람이 거세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의 대표적인 고급 단독주택 단지인 삼성동과 청담동 일대에서 단독주택 리모델링과 재건축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일반 주택이든 고급 주택이든 공시비는 큰 차이가 없다 보니 자금 여력이 있다면 강남의 알짜 땅을 사들여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한 후 임대를 놓으면 6% 이상 수익을 낼 수 있고 땅 값 상승 여력까지 반영하면 실수익률은 더 높아진다.
단독주택 재건축·리모델링 붐이 이는 대표적인 곳이 ‘한국판 비버리힐스’로 알려진 삼성동 현대주택단지다. 배우 전지현씨가 지난해 6월 이 단지의 2층 짜리 단독주택을 70억 여원에 사들인 후 건물을 철거해 재건축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동 A공인 관계자는 “최근 재건축 허가가 난 데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 한전 부지를 매입해 개발한다는 소식에 계속 땅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며 “투자자들이 고급 단독주택 재건축과 리모델링에 관심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 주택을 전문으로 하는 한 중개업체 대표는 “총 28가구 규모인 현대주택단지의 경우 제1종 전용주거지로 건폐율 50%에 용적율은 50~100%이기 때문에 복층 대형 주택으로 다시 지을 수 있어 이를 염두에 둔 재건축 투자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고급 주택이다 보니 워낙 고가여서 거래가 뜸했지만 올해엔 분위기가 바뀌었다. 인근 부동산 중개소들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는 8년간 매매가 6건에 불과했지만 올 들어선 여름에만도 70억원 상당의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강남구의 표준지 공시지가는 지난해에 비해 5.29% 올랐고 삼성동은 6.3% 가까이나 올랐다. 삼성동 고급 주택의 경우 한 채 당 매매가격이 20억 후반에서 90억 선을 오간다. 땅 값만 3.3㎡당 4000만원을 넘나든다. 대체로 대지면적이 400㎡를 넘어가는 대형으로 전세가격이 20억~30억원, 보증부 월세는 보증금 3억에 월세 950만~1000만원을 오간다. 거래는 전문 중개인을 통해 알음알음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다.
지난 1985년 경기고 뒷편에 들어선 현대주택단지는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회장을 비롯해 강정석 동아쏘시오 홀딩스 사장, 이동건 부방그룹 회장과 법무법인 대표 등 재계·법조계 인사와 송혜교·김남주 부부등 연예인들이 사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탄 곳이다. 땅값만 3.3㎡당 3000만~4800만원을 오가고 대지면적 496㎡(연면적 291㎡)인 경우 보증금 5억원에 월세는 1100만~1300만원이다.
단독주택·빌라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전문으로 하는 한 중소업체는 “재건축 투자비용은 대지지분을 기준으로 매기는 땅 값이 거의 전부나 다름없다”며 “공사비의 경우 수도권 외곽 주택이나 강남이나 자재 값 외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싸게 짓으려면 3.3㎡당 250만~300만원, 보통은 300만~350만원, 고급주택은 350만~500만원 비용이 들어간다.
청담동과 역삼동에서도 ‘재건축’을 내건 매물들이 시장에 나온다. 청담동의 경우 재건축 가능한 대지면적 441㎡ 단독주택 용지 가격이 3.3㎡당 6500만원에 달한다. 대지면적 231㎡에 지하 1층~지상2층인 단독주택은 28억원 선으로 시세는 제각각이다. 역삼동의 경우 대지면적 650㎡에 지하1층~지상2층 단독주택이 32억원 선이다. 이 건물의 거래를 중개하는 한 전문업체 관계자는 “은행 대출금 20억을 감안하고 3.3㎡당 공사비 300만 원을 들이면 지하1층~지상3층으로 다시
고급 단독주택 투자도 동네마다 조금씩 다른 특징이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삼성동에선 유명 연예인이나 재력가들이 실거주나 임대 목적으로 재건축·리모델링을 한다”며 “청담동에선 고급 레스토랑이나 부티크, 엔터테인먼트 사옥 등으로 개조하고 역삼동에서는 주택이나 미니사옥 임대를 위해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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