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정부가 발주하는 호텔 신도시 철도 플랜트 등 연간 110조원을 웃도는 주요 인프라 건설 사업에 국민연금이 공동 투자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은 사우디를 넘어 중동 전역으로 투자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중동 인프라 투자 규모만 3~4년 내 수조 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날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PIF·포스코건설 합작법인인 'POSCO E&C 사우디아라비아'와 인프라 사업 공동 투자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상현 대체투자실장 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와 최명주 POSCO E&C 대표 등 합작법인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국민연금의 첫 중동 지역 인프라 사업 진출이라는 점에서 국내 연기금 등 기관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
POSCO E&C는 포스코건설과 PIF가 각각 4대6 비율로 3500만달러(약 412억원)를 투자해 설립한 건설 합작법인이다. 이미 국내 의료·교육기관의 현지 진출 등 복합도시와 호텔 건설 프로젝트 등을 진행 중이다. PIF는 사우디금융청(SAMA), 사우디 산업개발펀드(SIDF) 등과 함께 사우디 정부가 운영하는 8개 국부펀드 가운데 하나다. 인프라에 전문 투자하는 펀드로 운용자산만 30조원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당장 내년부터 적게는 수천억 원, 많게는 1조원 이상 자금이 필요한 철도·발전 등 대형 프로젝트에 순차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의 이번 투자 추진은 재정 악화에 시달리는 사우디 정부 측의 적극적인 요청에 의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에 진출한 기업 관계자는 "중동 주요 산유국들은 그동안 막강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국가 기간산업 프로젝트를 재정자금 위주로 수행했는데 최근 유가 약세 탓에 해외 민자 유치를 적극 모색 중"이라며 "우리나라 국민연금을 비롯한 글로벌 연기금이나 국부펀드들과 활발하게 접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에 정통한 IB 관계자는 "무엇보다 중동 지역 투자를 모색 중인 국민연금이 사우디 정부기관을 든든한 투자 파트너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국내 민간 기업인 포스코건설과 동반 진출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측은 "현재 포괄적인 논의를 진행중인 상황이지만 투자규모 등 구체적인 계획이 정해진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KOTRA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 인프라 시장 규모는 총 946억달러(약 111조원)에 달한다. 이 중 건설 부문이 589억달러로 가장 크고, 석유가스(127억달러), 발전·플랜트(89억달러), 교통(51억달러), 의료(40억달러) 등 순이다. 최근 시장 규모가 연평균 4~5%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저금리·저성장이 고착되는 투자 환경에서 기금 운용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유럽과 북미 지역에 치우쳐 있던 해외 대체투자 영역을 아시아로 서서히 넓혀가고 있다. 2011년 미국 뉴욕, 2012년 영국 런던에 이어 지난 9월 싱가포르에 해외 사무소를 개소한 것도 아세안·호주와 신흥시장의 대체투자 등 다양한 신규 투자 기회를 발굴해 투자 다변화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복안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아시아 지역 투자자산 규모는 단기간 빠르게 증가해왔다. 2012년 3조6000억원이었던 국민연금의 아시아·호주 투자 총액은 지난해 기준 15조원에 달했고 오는 2020년에는 2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또 기존 아시아 지역 주요 투자처였던 동남아시아와 호주 외에도 중동 및 서남아시아 지역으로 투자 저변을 넓히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특히 인도에 대한 대체투자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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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모디 총리가 철도 및 도로와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해 달라는 제안과 함께 인도에 국민연금 지사 설립을 요청하기도 했다.
[강두순 기자 / 박용범 기자 /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