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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권사(금융투자)들은 배당락일이던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8일까지 코스피에서 총 1조1677억원 상당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는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도액인 7335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중국발 위기에 위험자산을 피해 달아난 외국인이 코스피 약세의 원흉으로 꼽혔지만 연초 증시를 짓누른 진짜 '배후'는 증권사였다. 고객에게서 예탁받은 계정도 아니고 증권사들이 제 주머니에서 주식을 판 것이다.
수급 주체별 매매를 살펴보면 증권사의 독보적인 '팔자' 행렬이 더욱 눈에 띈다. 같은 기간 개인은 1조1665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고, 기관 중에서도 개인 펀드자금을 운용하는 투신(3439억원)과 보험(2147억원) 연기금(36억원) 등은 오히려 주식을 샀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배당을 노리고 들어왔던 증권사 비차익 프로그램 순매수 자금이 청산되면서 증권사 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배당받을 권리를 확정짓고 배당락일 이후 빠져나간 자금이 코스피 발목을 잡았다는 뜻이다.
또 중국 증시 폭락, 북한 핵실험 등의 충격으로 코스피가 조정받자 증권사들이 유동성공급자(LP)로서 보유하고 있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환매하기 시작했다는 설명도 있다. 선물 괴리차가 떨어지면서 레버리지 ETF 등 상장지수펀드를 팔아치우는 게 보유할 때보다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당수익까지 거둘 수 있으니 서둘러 환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증권사 매물 1조1677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6389억원이 비차익 프로그램 순매도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도 4432억원은 레버리지 ETF 환매 물량이었다.
일각에서는 청산되지 않은 증권사 매물이 최대 2조9000억원이나 대기 중이라는 분석마저 나왔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선물 괴리차가 지금보다 하락할 경우 프로그램 매도 주체가 증권사에서 더 확산되면서 지수가
그러나 오는 14일 옵션만기일을 지나면 기관 매도가 잦아들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삼성전자 4분기 실적발표일과 옵션만기일 전에 금융투자 순매도가 많이 나오는 만큼 일단락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