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2월 11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레이더M 기사 더보기>>>
현대상선이 채권단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해외 선주 등을 대상으로 용선료 협상에 들어간 가운데 옛 STX팬오션(팬오션)의 사례가 주목되고 있다. 선주들이 용선료를 깎아주지 않고 버티다 관련 채권이 무더기로 출자전환뒤 감자당하며 막대한 손실을 입은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전직 STX그룹 관계자는 "팬오션 법정관리 당시 국내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세우며 용선료 채권 관련 출자전환을 강력히 요구한 바 있다"며 "한국 파산부의 '힘'을 목격한 해외 선주들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고 말했다.
팬오션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해외 선주들은 용선료 인하 부탁을 대부분 거절했다. 팬오션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용선료 관련 채권이 상대적으로 선순위 채권으로 인정받아 대금회수가 용이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희망은 용선료 채권이 '공익채권' 바로 다음 순위 채권으로 분류돼 빚잔치 때 최우선 변제될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같은 해외 선주들의 '희망사항'보다 기업 살리기에 올인했다. 용선료 관련 채권을 주식으로 출자전환시킨뒤 감자하는 회생계획안을 세워 이를 관철시킨 것이다. 팬오션은 덕분에 단기간에 정상화돼 하림그룹 컨소시엄에 매각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버티기에 나섰던 해외 선주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용선료 채권 67%는 출자전환 뒤 10대1 감자가 이뤄졌고 33%만 현금 변제됐다.
현재 현대상선이 처한 상황은 이와 비슷한 양상이다. 현대상선이 연간 지급하는 용선료는 2조원 규모로 7조원 안팎인 현대상선의 연 매출액 대비 30%에 달하는 커다란 비용이다. 현대상선은 이같은 용선료 부담으로 인해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 1269억원을 기록했으며 금융비용 등의 부담으로 당기순손실은 영업손실보다 큰 2188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상선은 용선료 인하에 실패할 경우 채권단 지원을 얻기 힘든 상황으로 기업회생절차 돌입 가능성도 높아진다. 팬오션의 사례가 반복될 경우 해외 선주들이 용선료 인하 요구에 버틴다면 이는 막대한 손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대상선은 남북대치라는 특수 상황에 처한 한국의 국적 해운사로 국내 해운 물류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회생절차 돌입시 법원이 주주나 채권자 등의 이해관계보다 회사의 신속한 정상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