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2월 들어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은 LG상사 LS엠트론 LS네트웍스 두산인프라코어 등 13곳에 달한다. 반면 신용등급이 오른 기업은 종전 A에서 A+로 한 계단 상승한 한미약품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용등급 하락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등급 하락 비율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신용등급이 오른 기업은 8개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적었지만 하락한 기업은 53개로 최대치였기 때문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2015년 기업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또 한 번 대대적 신용등급 하락을 예고했다.
오승호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실장은 "최근 두산그룹 계열사 잠정 실적 발표에서 드러난 대규모 손실과 재무지표 악화는 예상 범위를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글로벌 경기 침체와 주요 사업 업황 저하를 감안하면 중단기 회복도 불투명한 상황이라 이들 기업 신용등급을 전면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주회사 두산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14년 9979억원에서 2015년 2646억원으로 감소했고, 당기순손실도 2014년 332억원에서 2015년 1조7008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날 지주회사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에 대한 신용등급을 일률적으로 한 단계씩 떨어뜨렸다. 전날 한국신용평가는 현재 BB+인 한진해운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회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자는 대부분 개인들로, 연거푸 이뤄진 신용등급 하락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2013년 하반기만 해도 A-였던 신용등급이 2년6개월 만에 4단계 하락했으며 추가 하향 조정을 앞두고 있다.
최근 신용등급이 B-로 하락한 현대상선 투자자들은 채무 재조정과 출자 전환으로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현대상선은 회사채 투자자를 대상으로 출자 전환에 동의해 달라고 설득하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회사채 투자자의 출자 전환을 전제로 추가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출자 전환에 실패하면 법정관리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회사채 투자자의 원리금 회수율은 10% 이하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용등급 하락 리스크가 높아진 가운데 기관투자가들 선택은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 회사채로만 쏠리고 있어 시장 양극화가 심해지는 모습이다. 현대상선 투자로 손실을 경험한 개인투자자들도 비우량채 매수를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그만큼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졌다.
지난 17일 한화케미칼(신용등급 A+)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