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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서울 시내 전경. 최근 정부 실태점검 결과 전체 19.4%가 회계 부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매경DB] |
17일 아파트 관리업계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아파트 관리회사를 정할 때 사용하는 '주택관리업자 선정을 위한 적격심사제 표준평가표'의 관리실적 항목 상한선은 '10개 단지'로 돼 있다. 이 기준대로라면 지난해 달랑 10개 단지만 관리한 곳이나 전국에서 800개 이상 단지 관리 업무를 맡았던 곳이나 똑같이 만점인 10점을 받는다.
기업신뢰도 평가 항목에 들어 있는 신용평가 등급은 BB+ 또는 BB에 준하면 최상급인 AAA와 마찬가지로 15점 만점을 준다. '전반적인 채무 상환 능력이 당장은 문제되지 않지만 장래 안정성 면에서는 투기적 요소가 내포된 중·하 수준'으로 보고 제1금융권에서는 대출 시 금리를 높이거나 일부 거부하기도 하는 등급이다. 그나마 아래 등급인 B에 주는 배점이 14.5점으로 고작 0.5점밖에 떨어지지 않고 최하 등급인 CCC+도 11점으로 만점과 겨우 4점밖에 차이가 안 나 총점 100점인 평가기준에서 사실상 변별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느슨한 규정이 가득한 표준평가표는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1월 개정·고시한 '주택관리자·사업자 선정지침 전부개정안'에 담겨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일하는 관리소장과 직원들은 모두 해당 아파트와 용역 계약을 맺은 관리업체가 파견한다. 전국 아파트 가운데 약 70%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관리업체를 선정한 후 이곳에 관리비 수납과 주민공동시설 운영 같은 관리 업무를 맡기고 있다. 관리업체는 부득이한 상황을 빼면 무조건 경쟁입찰을 거쳐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때 중요한 선정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이 표준평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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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히려 현행 지침은 그나마 입주자들이 업체에 대해 상대평가할 수 있는 여지라도 줬던 이전 지침에 비해 더 개악됐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5월 나왔던 선정 지침에서는 업무실적과 신용평가등급에 매기는 점수를 구체적으로 정해놓지 않아 실적이 많거나 등급이 높을수록 고득점이 가능했다. 이 때문에 신용평가등급서를 위조해 A-로 등급을 '세탁'했다가 검찰 기소까지 받은 업체가 나오기도 했다. 반면 지금은 기준이 더 느슨해진 탓에 굳이 신용등급을 잘 받지 않아도 만점을 따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애초에 적격심사제를 도입한 의도가 관리서비스 질과 상관없이 가격 후려치기로 사업을 따가는 부실 업체를 걸러내자는 의도였지만, 현재 심사표에서 입찰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총 100점 중 30점으로 다른 항목에 비해 가장 높아 여전히 최저가 낙찰제의 폐해가 이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대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과도한 제한을 배제하고 중소업체의 시장 진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재무상태가 견실하고 서비스 개발에 투자하는 일부 대형 업체는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중간에 업체가 부도나서 소장 월급을 못 주거나 입주자대표와 관리소장이 결탁해 관리비를 횡령하는 등 폐해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완책 필요성도 거론된다. 심교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