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에 초대형 신도시 수출 기회를 잡으면서 침체된 해외건설 업계에 모처럼 생기가 감돌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본 계약 체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신도시 수출사업 모델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을 지도 아직까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자금조달(파이낸싱)을 꼽고 있다. 한만희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장은 “신도시 수출도 다른 인프라스트럭처 프로젝트처럼 파이낸싱이 가장 중요하다”며 “파이낸싱 문제만 잘 해결된다면 도시수출 길이 더 크게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도시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아시아나 중·남미 국가들의 경우 국가 재정이 부족해 해외 사업자에게 자금조달까지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건설사가 10억 달러 이상 자금을 조달해 회수기간 긴 장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은 달성 불가능한 목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정창구 해외건설협회 금융지원처장은 “개발도상국가에서 나오는 신도시 프로젝트 대부분은 업체에 100% 파이낸싱을 요구한다”며 “인·허가 리스크와 분양 리스크가 큰 신도시 사업은 건설사도 꺼리는 마당인데 훨씬 보수적인 국내 금융회사들이 자금을 지원해주겠냐”고 반문했다. 정 처장은 “신도시와 같은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는 공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가서 수주도 하고 파이낸싱도 해야 길이 열린다”며 “개별 기업에게 맡겨두면 국가대항전으로 펼쳐지는 대형 인프라 사업 수주는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이 해외 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 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도시 수출처럼 장기 프로젝트는 정부의 일관된 정책적·제도적 뒷받침도 필수적이다. 정권이 바뀌거나 담당자가 바뀐다고 정책 기조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한 원장은 “도시 수출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며 “민간업체 주도로 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외교적 지원을 강화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서방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에 하루가 멀다 하고 해외 각국 정상들이 방문하는 것도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 기회를 열어주기 위한 조치다. 단순히 집만 지어주는게 아니라 도로·가스·전기·상하수도 등 각종 인프라 수출을 동반하는 도시수출이 필요하다는 충고도 있다. 정운섭 해외도시개발지원센터 국장은 “주택만 짓는 도급공사는 더 이상 없다고 보면 된다”며 “신도시 기획단계부터 뛰어들어 전체 도시 인프라를 수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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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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