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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단순해 보이는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 이면에는 다양한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영향을 미쳤다.
미국 셰일오일 기업들은 유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기대 이상 탄력적으로 대응했다. 운영 인력을 최소화했고 모래를 유정에 투입하는 생산 방식을 개선한 것은 물론 자료를 수집하는 기술도 더 정밀하게 발전시켰다. 그 결과 과거보다 생산과 관련된 제반 비용을 낮출 수 있게 됐다.
다수 OPEC 소속 산유국의 원유 생산 손익분기점은 낮은 편이다. 다만 국가 재정 측면에서 손익구조를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요 산유국들의 정부 예산은 주로 원유 매출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생산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약 9.9달러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 반면 지난해 사우디의 재정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약 87달러다. 이는 현재 유가 수준은 물론 미국 셰일오일 기업들의 손익분기점보다도 높다. 미국 배큰(Bakken)과 이글 포드(Eagle Ford)의 손익분기점은 각각 배럴당 28~85달러, 46~80달러다.
따라서 사우디의 현금 보유량은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고,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5년 내에 고갈될 것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망하고 있다. 러시아,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등 다른 산유국들도 사우디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 달러화 강세 역시 유가 하락에 기여하고 있다. 미국 통화정책은 다른 주요 글로벌 중앙은행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긴축 기조를 보이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4개월 동안 달러화 가치는 약 20% 상승했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달러화로 표시되는 덕분에 미국 외 산유국들은 자국 통화 약세 효과를 봤다. 그 덕분에 손익분기점을 낮추면서 높은 수준의 생산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이상의 이유들을 고려해보면 현재 유가 하락은 공급적인 측면에서 발생한 문제가 주된 이유로 판단된다. 물론 일부 시장 참여자는 글로벌 성장 둔화를 지적하며 유가 하락이 수요 감소와 더 큰 연관이 있다는 우려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원유 수요는 꾸준히 늘어났고, 올해 상반기에 다소 수요가 감소하겠지만 하반기부터는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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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도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달러화 강세는 지속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3월 유가 상승세 여부와 관계없이 올 연말에 원유시장은 수급이 균형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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