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BoA메릴린치는 홍콩에서 발표한 '아시아 주식시장 전략보고서'에서 "이머징마켓이 벙커에서 탈출하고 있다"며 "지난 5년간 유지해오던 아시아·이머징마켓 주식에 대한 약세 의견(bear view)을 완전히 접고 장기 구조적 강세(long term structural bullish)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연초 폭락장 이후 지난 2월 중순부터 글로벌 증시가 반등세를 보이자 BoA메릴린치도 '전술적 강세(tactical bullish)' 의견을 내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그동안 BoA메릴린치뿐만 아니라 월가의 많은 IB들이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 증시에 대해 부정론을 펴왔다.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뚜렷해진 데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시작하면서 증시에 돈이 풀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증시가 강세장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BoA메릴린치는 그러나 최근 아시아·신흥국 주식의 밸류에이션 매력도나 저평가된 통화의 경쟁력, 중국의 통화 완화 정책 등을 감안하면 지금이 변곡점이라고 진단했다. 이머징마켓 주식에 대한 리레이팅(재평가)이 이뤄질 시점이 됐다는 얘기다.
가장 큰 근거는 아시아·신흥국 주식이 헐값까지 떨어졌다는 점이다. BoA메릴린치에 따르면 현재 아시아 상장기업의 평균 매출 대비 주가(P/S)는 1995년 고점 대비 17% 수준까지 추락했다. 아시아 증시 주가순자산가치(PBR)도 1.3배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과 엇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현재 아시아·신흥국 기업 주가를 매출이나 자산 수익 현금 등 어떤 지표와 대비해봐도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저평가돼 있다는 것이다.
또 아시아·이머징마켓 주식시장 발목을 잡아왔던 철강 원유 등의 과잉공급도 해소 기미가 보인다고 BoA메릴린치는 내다봤다. 인도의 경우 2011년부터 현재까지 5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 규모가 8.3%포인트 줄어들었고 러시아·브라질도 각각 6.3%포인트와 5.1%포인트 감소했다는 것. 반대로 미국(2.2%포인트)과 일본(1.0%포인트)은 오히려 투자가 늘고 있다.
BoA메릴린치는 이에 따라 지난 5년간 달러 강세와 낮은 인플레이션에 기대왔던 성장주·경기방어주를 팔고 경기순환주·가치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만 호주 중국 등의 주식을 사야 할 때라는 주장이다.
실제 최근 코스피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 신흥국 증시도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두 달 동안 홍콩 H지수는 11.3% 올랐고 상하이종합지수와 대만 지수도 각각 6%, 4.2% 올랐다.
글로벌 투자금 유출입을 분석하는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 2월 말부터 현재까지(2월 25일~4월 13일) 신흥국으로 45억58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이날 코스피도 올해 들어 처음으로 장중 2020선을 터치했다. 국제 유가가 견조한 흐름을 보임에 따라 투자심리가 개선된 덕분이다.
[한예경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