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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CI 인수금융 채권단인 신한은행 KEB하나은행과 주요 공제회를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가 21곳 가운데 대부분이 이날까지 인수금융 차환을 승인했다.
나머지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등도 다음주 초 회의를 열고 승인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신규 대출 만기는 3년이다. KCI는 딜라이브를 인수하기 위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맥쿼리, 미래에셋자산운용 등과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 대한전선 등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다. KCI는 지난해 말 현재 딜라이브 지분 93.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채권단은 KCI에 인수금융 1조5670억원을 대출해주는 한편 딜라이브에도 직접 6330억원을 빌려준 상태다.
오는 7월 인수금융 만기를 앞두고 있어 시장에서는 인수금융 디폴트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채권단 관계자는 "LG실트론, 두산인프라코어중국법인과 달리 딜라이브 인수금융 담보 지분이 경영권 지분이라는 점에서 향후 대출 회수액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차환 배경을 설명했다. 채권단은 KCI 인수금융 중 절반인 8000억원가량을 전환상환우선주(RCPS)로 일부 출자전환할 방침이다.
아울러 딜라이브 대출금 중 2000억원을 KCI에 대한 대출로 돌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KCI 인수금융 규모는 기존 1조6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딜라이브 대출은 4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낮아지며 수백억 원대 대출이자 부담을 덜게 됐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채권단은 KCI 출자전환을 통해 딜라이브에서 매년 배당을 받아 대출 원금을 조금씩 회수하게 된다.
KCI 인수금융 차환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관건은 결국 딜라이브 매각 성사 여부다. KCI는 지난해 초부터 딜라이브 매각을 줄곧 추진해왔지만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로 방향을 틀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최근 SK텔레콤에 매각된 CJ헬로비전 매각가는 지분 100% 환산 기준 1조8500억원이다. 이를 바탕으로 산정한 딜라이브 시장가는 1조30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채권단의 인수금융 원금 1조6000억원에 비해 여전히 3000억원 정도가 부족하다.
딜라이브 매각의 핵심 변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승인할지다. 공정위가 승인해주면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시장은 SK와 KT '공룡' 양강 체제로 개편된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열세인 LG유플러스 티브로드 등 다른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생존을 위해 딜라이브 인수로 눈길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
채권단은 딜라이브 인수금융 만기 연장에 큰 틀에서 합의했지만 세부사항에선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다. 채권단 중 일부 업체는 MBK 맥쿼리 등 KCI 주축 PEF 운용사들이 경영 실패로 손실을 떠안긴 만큼 이에 상응한 운용보수 반납
만약 채권단 간 인수금융 차환에 대한 최종 합의가 불발되면 KCI는 워크아웃행이 유력시된다. 이럴 경우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통해 딜라이브 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
[강두순 기자 / 한우람 기자 /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