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대 규모 사회기반시설(SOC) 공사로 꼽히던 제2경부고속도로(서울~세종)가 일부 공구 입찰이 유찰되자 수의계약으로 전환되면서 건설업계 실망이 커졌다.
1일 서울~세종고속도로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제2경부고속도로는 초기 공사(구리~성남 구간) 5개 공구(10~14공구) 중 11·12공구가 두 번째 입찰 공고 후에도 경쟁 입찰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유찰되자 수의계약으로 결정됐다. 11공구는 수주액이 5872억원으로 5공구 중 가장 크고, 12공구도 245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기술형 입찰은 유찰되면 사업 속도에 따라 입찰을 다시 하든지, 수의계약으로 돌려 착수를 서두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기술형 입찰은 설계비용 부담 때문에 유찰되는 사례가 많지만 이번 공사는 시급성 때문에 불가피하게 수의계약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른 공구와 동시에 착공·준공을 하려면 이미 한 달 이상 지체된 셈이다.
그러나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애초부터 입찰에 응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고 반발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난도가 높은 구간이라 예정 금액으로 착수하면 이익이 거의 남지 않거나 자칫 손해도 볼 수 있어 불참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최대 공사라 관심이 컸던 만큼 업계가 외면한 원인을 규명해 입찰 조건을 수정하는 방법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도로공사 관계자는 "건설사들 주장대로 입찰 가격이 문제라면 다른 공구엔 유효 입찰이 있었고, 이번 공구에 입찰한 건설사(대림산업 컨소시엄)가 있었던 점은 어찌하라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입찰하려면 초기 설계비가 10억~50억원까지 들지만 계약을 따지 못했을 때 3분의 1 수준의 보상이 이뤄지니 입찰에 떨어지면 리스크가 크고 입찰 담당자가 문책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발주처가 설계를 책임지는 종합심사제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절차상 문제는 없다. 공공 공사는 국토교통부 산하 기술심의위원회가 발주 방식에 대해 최적의 구조를 짠다. 이후 발주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일감을 따냈 겠지만 요즘은 아예 포기한다"며 "대림산업이 기술적 복안을 갖췄을 수도 있고, 다른 사업에서 손실을 벌충하는 묘안을 짰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한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