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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다시 정기예금에 가입해봤자 이자율이 1%대 중반으로 너무 낮고 세금까지 떼면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이 거의 없다"며 "국채 금리도 많이 내렸지만 30년물은 아직 연 1.9% 수준인 데다 향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채권값 상승(금리 하락) 여지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수년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은행 예금을 빼 채권을 사는 개인투자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장외 거래를 선호하는 큰손 기관들과 달리 개인들은 소액이라도 제값을 받고 채권을 사고팔 수 있는 거래소 장내 거래 쪽으로 몰리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일반 채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 거래 비중은 2014년 20.04%에서 꾸준히 상승해 이달 3일 현재 26.49%까지 높아졌다.
개인뿐만 아니라 소규모 기관투자가들까지 증권사 HTS를 통한 장내 거래에 참여하면서 전체 채권거래 가운데 장내시장 거래 비중도 올 1분기 말 현재 48.1%까지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4년 말까지만 해도 장내 거래 비중이 34.6%에 불과했는데 1년여 새 13.5%포인트나 껑충 뛴 것이다.
개인 채권 투자가 늘고 있는 이유는 예금금리 추락으로 '비슷한 금리라면 절세 혜택이 있고, 기준금리 인하 땐 매매차익도 볼 수 있는 채권 투자가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채권 투자자들도 예금 가입자들과 마찬가지로 이자소득세를 내지만 채권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주식과 마찬가지로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특히 개인 큰손 고객들이 채권형 펀드가 아니라 채권 실물 투자를 선호하는 게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자소득세도 만기 10년 이상 장기채권을 3년 이상 보유하면 비과세 혜택을 볼수 있다.
과거 채권시장은 연기금 보험 은행 운용사 등 전문 투자자들이 메신저 등으로 서로 호가를 주고받아 거래를 성사시키는 장외거래가 주류를 이뤘다. 개인투자자들도 비싼 수수료를 물면서 PB센터 등을 통해 채권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활용한 장내거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년 전 한국거래소가 장내 채권 매매 단위를 10만원에서 1000원으로 낮춰 진입장벽을 완화한 것도 개인의 참여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7월에는 성과연동형 시장조성제도 도입으로 채권시장 유동성이 높아지고 호가도 촘촘히 형성되면서 투자자들이 시장 가격에 원하는 만큼 채권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게 됐다. HTS를 통한 채권 거래 수수료는 장외시장에서 중개인(브로커)을 활용하는 방식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채권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을 얻은 개인투자자도 많아졌다. 2012년 9월 처음 발행된 30년 만기 국고채는 2013년 시장 금리가 단기 급등하면서 투자 손실이 10%까지 늘기도 했지만 2014년 이후 금리 하락세가 본격화되며 수익으로 전환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12년 9월 국고채 30년물을 매수한 투자자라면 현재까지 누적 수익률이 34.53%에 달한다. 당시 국고채 10년이나 20년물에 투자했더라도 각각 18.
국고채뿐만 아니라 물가연동국채도 장내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물가연동국채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채권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이다. 물가가 하락하더라도 만기에 정부가 액면가 1만원을 보전해주도록 돼 있어 투자 위험이 크지 않다.
[한예경 기자 /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