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신규 설정되거나 클래스가 추가된 300개 이상 주식형 펀드 중 국내 투자형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에 대한 비관론과 지수 등락에 따른 투자자들의 잦은 자금 유출입으로 운용 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자 자산운용사들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이 연초 이후 신규 출시하거나 클래스를 확대한 주식형 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 299개 가운데 국내 주식형 펀드는 94개에 그쳤다. 이는 신규 해외 주식형 펀드(205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자산운용사들이 국내 주식형을 멀리하는 현상은 그만큼 국내 증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운용사들은 시장이 유망하거나 단기 상승세가 가파른 지역 펀드를 많이 출시하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출시된 국내 주식형 펀드 수는 해외 펀드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업 실적과 밸류에이션 개선세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어 수급 주체의 매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관련 펀드로 유입되는 외국계 자금도 한풀 꺾여 수급도 부정적인 국면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용사들이 국내 주식형 펀드 출시를 꺼리는 또 다른 이유는 최근 투자자들의 외험 회피 심리가 상승하면서 환매 패턴이 더욱 잦아졌기 때문이다. 수년째 국내 증시 박스권(1800~2100)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2000선만 넘으면 차익 실현에 나서 국내 주식형 펀드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 실제 올해 3~4월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이탈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 급등했던 소비재 중심의 경기민감주와 중소형주들이 올 들어 부진에 빠지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도는 더 하락한 느낌"이라며 "단순 클래스 추가가 아닌 새로운 액티브 포트폴리오 전략을 들고 나오기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