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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청약 물량을 받으려고 목돈을 투자하기가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상장한 후 주가가 급락하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이다. 작년 7월 상장한 이노션은 204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상장 첫날부터 한 달간 10% 이상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애를 태웠다. 김씨는 "공모주를 직접 청약 받는 게 좋을지, 공모주 펀드에 간접 투자하는 게 안전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올해 공모주 최대어로 꼽히는 호텔롯데 상장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공모주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호텔롯데가 일반 청약자에게 배정한 주식은 전체 주식 중 20%인 957만1000주. 공모가는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정해지겠지만 호텔롯데가 희망하는 주당 최저 공모가액(9만7000원)을 적용했을 때 총 9283억8700만원에 달한다.
호텔롯데 주식을 청약하려는 투자자는 청약 기일인 다음달 21~22일 이전에 청약할 증권사 계좌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다음달 20일 공모가가 확정되면 본인이 청약할 물량 대금 중 50~100%에 해당하는 청약증거금을 청약신청서와 함께 제출해야 한다. 청약 신청은 영업점을 방문하거나 온라인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유선 ARS로도 가능하다. 주식 대금 납입 기일은 다음달 24일로 청약 미달로 남은 증거금은 이날 환불된다. 청약 신청일부터 환급 기간까지 사나흘간은 증거금이 묶인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모든 투자자가 본인이 원하는 만큼의 물량을 가져갈 수 없다. 공모주는 경쟁률에 비례해 주식 수를 배분하기 때문에 인기가 많을수록 1인당 배정받을 수 있는 주식이 줄어든다. 청약 물량을 많이 받으려면 증권사별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 수, 청약 한도, 우대 요건 등을 꼼꼼히 비교해 청약할 증권사를 선택해야 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청약경쟁률은 증권사 전체 수량에 근거에 정해지지만 주식 수는 증권사별로 다르게 배정된다"며 "청약 취급 증권사 중에서도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에서 청약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거래 실적이 많은 우수 고객에게 1인당 청약 한도의 최대 200%까지 배정하고 있다.
호텔롯데의 청약 취급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하나금융투자 BNK투자증권 등 5곳인데 이 중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보유한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565만7524주)로 우대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투자자의 1인당 청약 한도가 8만4000주다.
투자자는 해당 종목 청약을 담당하는 증권사 계좌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증권사별로 정해 놓은 과거 실적 우대 요건에 해당되면 더 많은 물량을 청약할 수 있다. 다만 청약 물량이 늘어날수록 청약 대금(공모가×주식 수) 중 50~100%에 해당하는 청약증거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공모주에 투자하는 또 다른 방법인 공모주 펀드는 직접 청약할 때보다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어 유리하다. 공모주 펀드는 포트폴리오에 채권·예금·주식을 섞는 대표적인 혼합형 펀드로, 주식 비중은 공모주로만 구성된다. 청약 물량을 보유한 채 자산의 대부분을 채권 등 안정적인 자금으로 운용하다가 기업 주가가 신규 상장 후 상승하면 매도해 차익을 실현한다.
일반 투자자로선 인기 있는 대어급 기업공개(IPO) 예정 기업 공모주에도 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모주 펀드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일반 공모주 펀드가 우량채(회사채·국공채)를 중심으로 한다면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는 자산의 45%(올해부터)까지 신용등급 'BBB+' 이하 회사채에 투자하는 대신 IPO 공모주 물량 가운데 10%를 우선 배정받는다. 1인당 5000만원 한도 배당·이자 소득에 대해 세율 15.4%로 분리과세되는 점도 매력적이다.
다만 올해 세법 개정으로 하이일드채권 편입 비율이 늘어나면서 운용사들은 공모형 상품 출시를 꺼리는 분위기다. 운용 규모가 커질수록 하이일드 채권을 많이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 나온 공모형 상품은 '흥국분리과세하이일드(2100억원)' '교보악사분리과세하이일드(113억원)' 'KTB공모주분리과세하이일드(2350억원)' 등이다.
직접 청약에 비해 안정적인 공모주 투자가 가능하지만 고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관이 배정받을 수 있는 물량에 한계가 있고 펀드명에 '공모주'가 들어간다 해도 일반적으로 공모주 하나의 비중은 펀드 전체 자산의 1%를 넘지 않는다.
실제로 상장 후 5거래일간 130% 이상 급등했던 해태제과 물량(1%)이 가장 많았던 '흥국분리과세하이일드'의 같은 기간 주간 수익률은 2% 수준이다. 또 종목을 직접 고를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간접투자 방식인 만큼 공모주 선택은 자산운용사가 하기 때문이다. 펀드가 어떤 공모주 물량을 확보했는지는 2~3개월 후에 알 수 있다.
이 밖에 장외시장에서 IPO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비상장기업일 때 저렴한 가격으로 주식을 확보할 수 있어 투자 기업이 신규 상장만 된다면 고수익을 노릴 수 있지만 기업 정보를 확보하기 어렵고 IPO 준비 과정에서
기업 상장 전까지 공모주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상장 후 투자도 고려해 볼 만하다. 상장 후 투자 시에는 기업의 희망 공모가를 살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공모가는 시장 가격에 비해 할인돼 있으나 공모주 전반이 과열됐던 지난해와 같은 국면에서는 과대평가돼 있을 수 있다.
[배미정 기자 /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