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금융시장 연속 기획보도, 오늘은 두번째 순서로,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며 블랙홀로 등장한 증권시장으로의 쏠림현상에 대해 알아봅니다.
올해 은행권에서 증권시장으로 빠져나간 자금만 33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은행 금고가 바닥나고, 기업은 돈 부족에, 가계는 이자부담으로 시름하고 있습니다.
조익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회사원 장민수씨는 은행 예금을 모두 CMA 통장으로 옮겼습니다.
장씨가 가입한 적립식 펀드만 4개.
모든 재테크가 증권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셈입니다.
인터뷰 : 장민수 / 회사원 - "은행쪽 금리보다는 CMA나 펀드 쪽에 넣는 것이 훨씬 더 이익이 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고 또 주변 사람들의 경우도 많이 봤기 때문에 그런 영향을 받아서 갈아타게 됐다."
장씨처럼 은행예금에서 CMA로 갈아타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면서 올 한해 CMA로 몰린 자금만 17조 4천여억 원에 이릅니다.
최근 은행들이 고금리의 각종 특판상품을 내놓으며 예금 이탈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 : 은행 관계자 - "주식시장의 활황에 힘입어 많은 부분에 이득이 있었다. 그러다보니까 은행에서 6%를 주던, 6.5%를 주던지 은행에선 상당히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건데 고객들의 기대치에는 못미치고 있다."
게다가 증권사들 역시 은행권에 맞서 CMA 금리를 잇따라 인상하는 등 맞불을 놓고 있습니다.
인터뷰 : 윤성희 / 동양종금증권 이사 - "실세금리의 상승이 있었고, 실세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서 고객들에게 가장 좋은 수익률과 편의성을 제공하고자 금리를 올리게 됐다."
은행들이 1% 안팎의 판매수수료를 노리고 펀드 판매에 열을 올린 것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입니다.
올 한해 은행 창구를 통해 펀드로 빠져나간 자금은 15조 7천여억 원.
이 가운데 상당 금액은 은행 금융상품으로 돌릴 수 있는 자금이었습니다.
투자의 중심 축이 예금과 적금에서 펀드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어 앞으로 증권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입니다.
인터뷰 : 박현철 / 메리츠증권 연구원 - "경제규모 대비 30% 정도가 펀드 시장의 수탁고로 형성돼 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 시장의 경우엔 86% 정도가 펀드로 투자되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선 여전히 초기 단계라고 본다. 앞으로 펀드시장으로 자금 유입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
이렇게 은행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면서 각종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은행의 돈줄이 끊기면서 일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업종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습니다.
개인의 금융자산이 증권시장으로 지나치게 쏠린 점도 문
증시가 급락할 경우 대규모 원금 손실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조익신 / 기자 - "시중 자금을 무섭게 빨아들이고 있는 증권시장. 금융권의 거대한 블랙홀로 떠오르면서 우리 경제 전반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mbn 뉴스 조익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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