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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
총 1320가구로 일반분양은 70여 가구에 불과한데요, 현대건설은 이 아파트 분양에 굉장히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강남 재건축 최강자인 삼성물산 '래미안'을 제치기 위해 만든 새 브랜드 '디 에이치'를 단 첫 아파트이기 때문입니다.
현대건설은 건설사 맏형으로 불립니다. 그런데 부자가 몰려 있는 강남에서는 존재감이 약해 브랜드 인지도가 다섯 손가락에 들까 말까 합니다. 믿기지 않는다고요?
현대건설 기존 브랜드는 '힐스테이트'입니다. 그럼 강남에서 유명한 '힐스테이트' 아파트는 뭘까요?
잘 떠오르지 않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래미안'을 단 아파트는 50여 개로 '여기도 래미안, 저기도 래미안' 발에 치일 정도로 많습니다. 반면 '힐스테이트' 아파트는 10개도 안 됩니다.
강남에서 '힐스테이트'로는 승산이 낮다는 판단 아래 탄생한 게 '디 에이치'이고, 첫 시험대가 바로 개포주공3단지여서 현대건설과 조합은 아파트명을 정할 때 굉장히 고심했다고 합니다.
보통 재건축 아파트명은 전문기관에 의뢰해 후보명을 정한 뒤 조합원 투표로 최종 결정합니다. '디 에이치 팔라초 하우스' '디 에이치 아너힐즈' '디 에이치 개포힐즈' 등 총 3개로 후보가 압축됐습니다.
현대건설은 내심 '디 에이치 팔라초 하우스'를 밀었다고 합니다. 앞으로 뜰 아파트가 '호텔 같은 집(HOUSE)'이라서 중세 이탈리아 귀족의 대저택을 의미하는 '팔라초(palazzo)'를 맘에 들어했다는 후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투표권을 쥔 주민들이 스낵 '나초(Nacho)'처럼 맥시코가 연상되는 등 어감이 너무 낯설다며 반대해 제일 먼저 탈락했습니다.
현대건설은 강남 최초로 테라스를 달고 중대형이 많아 고급 저택 같은 이미지와 아파트명이 딱 떨어지는데 아쉬워했습니다. 쌍용자동차 '채어맨' 브랜드가 처음 나왔을 때 '채어~'가 '휠체어'가 떠오른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기업 회장님 차'를 뜻하는 고유명사로 불리는 것처럼 '팔라초'도 어쩌면 강남 고급주택 시장의 새 지평을 열었을 수도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결국 '디 에이치 아너힐즈'와 '디 에이치 개포힐즈'의 2파전이 됐는데 '디 에이치 아너힐즈'에 몰표가 나왔습니다. 개포 주민들이 '개포'라는 단어를 탐탁지 않아 했다고 합니다.
'개포지구가 10년 넘게 걸려 겨우 고층 새 아파트로 재건축되는데, 과거 낡은 저층 단지명에 썼던 개포를 또다시 쓸 이유가 없다' '단지명에 개포를 넣으면 대치동에 영원히 밀린다' '한글 개포가 들어가는 것보다 영어 풀 네임이 훨씬 고급스럽다' 등의 의견이 주를 이뤘습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디 에이치 아너힐즈'는 개포지구를 넘어 강남 전체를 통틀어 역대 최고가인 3.3㎡당 평균 분양가 4300만~4500만원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올해 개포지구에서 가장 먼저 분양한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 3.3㎡당 평균 분양가 3760만원과 최근 1순위 청약을 받아 대박이
[임영신 부동산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