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코스피에서 총거래금액 대비 공매도 금액 비중이 5.62%를 기록하며 제도 시행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상장 종목 시가총액에서 공매도 잔액 비율이 0.5% 이상인 투자자는 매도자, 거래일시 등을 공시해야 한다. 그리고 보고의무 발생 시점부터 최대 3일 후 관련 정보들이 거래소를 통해 공개되는데 지난 5일 처음 이뤄졌다.
공매도 금액 비중은 지난달 29일 3.51%까지 하락했고, 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까지 3%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공매도 비율이 증가하며 지난 8일 6.67%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최근 한 달 새 가장 높은 수치다.
또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공매도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대차잔액의 경우 지난달 30일 59조원대로 하락했고 지난 6일 저점(58조9202억원)을 형성한 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3일 기준 대차잔액은 60조4406억원이다. 공매도 대량 보유자 공시도 지난달 30일 414개에서 지난 5일 431개까지 증가했고, 11일 기준 442개였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반쪽짜리 제도라 예견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도상으로는 실제 수익을 얻는 세력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공매도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은 스왑거래로 공매도를 대행한 증권사만 공시 대상이다. 실제 외국계 헤지펀드 등 소위 공매도의 주체 세력들은 이번 제도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있다는 게 금투업계의 시선이다.
이 때문에 개미 눈치를 봐야 하는 국내 기관들만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국내 여론의 눈치를 잘 보지 않는 외국계 운용사들은 공시제도가 생겼다고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포기하지 않는다"며 "반면 국내 운용사들은 아무래도 초반에 공매도 투자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임원은 "공매도는 주가 버블을 노리는 세력들의 방어장치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며 "금융당국이 실효성 있는 제도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공매도 공시제 후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간 것도 공매도 비중을 늘렸다는 의견도 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랜 박스권 경험 탓으로 코스피가 2000선을 회복하면서 기관을 중심으로 매도하는 분위기가 강해진 것이 공매도 비중 증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채종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