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유상증자·CB발행으로 주가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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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이후 꾸준히 증가하던 현대상선 공매도 잔액이 주가가 하한가 가까이 급락한 지난 3일 하루 동안에만 45만주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일 217만주(총 발행주식수의 6.6%)였던 현대상선 공매도 잔액은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 2일 294만주(9.0%)까지 불어났다. 한 달 새 늘어난 공매도 잔액 77만주 가운데 58%인 45만주가 하루 만에 청산된 셈이다.
전날 장 종료 후 2000억원 규모 CB 발행 공시가 나온 데다 이날부터 유상증자 신주 상장 예정 물량까지 쏟아지면서 주가가 7600원대까지 급락했다. 그러자 미리 주식을 대거 공매도 해뒀던 큰손들이 숏커버링(공매도를 청산하기 위한 주식 매수)을 통해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전까지 현대상선 주식 매매가 거의 없었던 외국인과 국내 기관들이 3일 하루 동안에만 각각 100만주와 357만주를 매수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날 외국인은 2만7000주, 기관은 1800주를 매수했던 것을 감안하면 3일에는 숏커버링 수요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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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같은 기간 기존 현대상선 개인 주주들은 45%(1만3700원→7640원) 안팎 거액 손실을 입었다. 공모로 진행된 유상증자에 참여한 개인투자자마저도 신주발행가(9530원) 대비 20%가량 손실을 입었다. 현대상선은 관리종목이어서 개인들은 공매도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증권금융이 관리종목은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로 개인들에게는 주식 대여를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부실기업에 공모방식 유상증자를 허용한 게 결과적으로 개인투자자들 손실을 더욱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금융당국도 유상증자나 블록딜 등 주식 관련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공매도가 무위험 차익 수단으로 활용되는 데 대해 제도 개선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공매도 투자자의 유상증자 참여 제한이나 유증 발표
시장 전문가들은 공매도가 정당한 헤지 수단으로 인정받으려면 외국인 등 큰손과 개인 간 공매도 거래 기회 불평등 문제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