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2분기 영업이익이 한분기 처음으로 40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가 9분기만에 8조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한데다 정유·화학·건설 등 중후장대 산업도 원화강세와 구조조정 효과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게 주요 원인이다.
다만 매출은 줄어들고 영업이익만 늘어나는 ‘불확형 흑자’ 기조는 지속됐다. 하반기에도 이익 개선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매출이 함께 늘지 않는 실적 개선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1420개 상장사(금융사 포함)의 2분기 영업이익은 43조1289억원으로 분기 처음으로 40조원을 넘었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상장사가 41조908억원, 코스닥 상장사가 2조381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종전 최고치였던 지난 1분기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 39조7657억원보다 3조3632억원(8.5%) 늘어난 숫자다. 작년 2분기(33조8085억원)와 비교하면 27.6%나 증가했다.
다만 2분기 매출액 증가율이 낮은 건 '옥에 티'란 지적이다. 현재 발표된 잠정실적에서 매출액 산정이 불명확한 금융주를 제외한 코스피 상장사 633개사를 기준으로 2분기 매출액 합계는 407조6235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2.7% 늘었다. 올해 상반기로 따지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6%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의 주인공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8조143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조8979억원에 비해 18.1% 증가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맏형 격인 삼성전자가 생각보다 양호한 실적을 내준 것이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며 “환율 상승과 유가 반등으로 인한 상품가격 상승도 수출 기업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했다”고 진단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 소재 산업재 등 굴뚝 산업의 실적 반등이 두드러졌다. SK이노베이션 롯데케미칼 LG화학 등의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0% 안팎 늘었다. 지난해 2분기 1700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현대중공업도 5000억원 이상 흑자로 돌아섰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3년간 국내 기업의 혹독한 구조조정 효과와 체질 개선 노력이 구조적인 이익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삼성중공업 현대상선 한진해운 STX 등 대부분 조선·해운주는 지난해에 이어 적자를 이어갔다. 삼성전자와 함께 코스피 대표 종목인 현대차도 개별소비세 상반기 인하 특수에도 불구하고 수출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2분기 코스닥 상장사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11.0%, 전분기 대비 13.9% 늘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IT) 업종이 대체로 부진한 반면 IT 외 다른 업종은 실적개선세가 비교적 뚜렷했다. IT하드웨어 코스닥 상장 업체간 경쟁이 치열한데다 대만과 중국 IT 부품업체들의 약진도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하면서 글로벌 유동성과 맞물린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상장기업 영업이익이 40조원을 넘으면서 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 부담이 낮아져 증시가 추가 상승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매출 감소를 우려하며 매출 성장이 담보되지 않은 이익 개선 국면은 오래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삼성
[최재원 기자 /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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