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환매에 시달리고 있는 주식형 펀드와 달리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투자하는 펀드들에는 자금이 물밀듯 유입되고 있다. 특히 설정액 규모 증가 상위 펀드 10개 중 6개는 베트남에 집중돼 투자의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다음달 10년 만기 폐쇄형 구조의 베트남 펀드를 선보일 메리츠자산운용의 존 리 대표도 22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유망 베트남 기업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 지분 제한이 점차 완화되고 있기 때문에 장기투자 기회가 왔다"며 "약 20개 우량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2~13배로 높지 않은 반면, 연간 매출성장률은 10~20%에 달해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존 리 대표는 다음달 5일 '메리츠 베트남 펀드' 출시를 앞두고 22일 서울부터 시작해 대구 부산 대전 광주 등 전국 5개 도시에서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운용사 대표가 직접 설명회를 진행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22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흥 아시아 주식형 펀드 순자산액은 지난 18일 기준 4000억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1300억원이 증가했다. 이 중 최근 한 달 새 들어온 자금만 800억원에 달했다. 특히 설정액 규모 증가 상위 펀드 10개 중 6개는 베트남과 관련성이 높은 펀드로 나타났다.
총설정액이 989억원인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펀드는 최근 한 달 새 269억원이 순유입됐다. 삼성아세안펀드는 총설정액 508억원 중 102억원이 들어왔다. 유리베트남알파펀드와 삼성아세안플러스베트남펀드, 미래에셋베트남펀드 등도 같은 기간 설정액이 대폭 늘었다.
이러한 자금 흐름은 선진국과 비교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매력과 함께 선진국과의 성장률 격차도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영향을 미쳤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충격이 대부분 선진국에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금리 인상 지연이 신흥국 증시 반등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흥국 중에서도 특히 베트남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은 우량주에 투자할 기회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덕분이다. 지난달 25일 베트남 시가총액 1위 기업인 비나밀크가 국가증권위원회(SSC)로부터 기존 49%였던 외국인 투자자 지분 제한의 100% 확대를 승인받은 게 대표적이다. 이미 보유 가능 지분이 소진돼 외국인 투자자가 장내에서 매수할 수 없었던 비나밀크 투자한도 확대 소식에 주가는 지난 18일 사상 최고가인 17만1000동까지 치솟았다. 존 리 대표는 "대장주 비나밀크는 연평균 매출성장률이 17%에 달하고, 배당성향은 65%, 배당수익률은 5.1%에 달하는 초우량주"라며 "이와 비슷한 한국의 남양유업은 1996~2005년 10년간 주가가 800% 성장했기 때문에 이 종목에 대해서는 10년 후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베트남 정부는 증시 부양을 위해 정부 규제 산업을 영위하지 않는 상장사에 한해 주주총회 결의와 SSC의 승인이 이뤄지면 외국인 투자를 100%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이공증권(SSI), 미래섬유(KMR), 에버피아(EVE)에 이어 비나밀크가 네 번째로 외국인의 지분 보유한도를 확대했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베트남 기업이나 비상장 기업도 유망하다. 존 리 대표는 "최근 IPO를 준비 중인 비엣젯항공을 탐방했는데 공산주의 국가의 기업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독특한 시도에 놀랐다"며 "단순히 외형 성장뿐 아니라 응웬티푸엉타오 사장의 마케팅 감각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승무원에게 비키니를 입히는 등의 행사로 유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