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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회사채 조기상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보통 만기가 돌아오면 신규 회사채를 발행해 차환하거나 상환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하고 쌓아놓은 현금으로 차입금 줄이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만기 상환일이 2년 넘게 남은 회사채 5200억원 중 2000억원을 현금으로 조기상환했다. 카카오는 만기가 5년 가까이 남은 회사채 700억원 가운데 300억원도 이미 현금으로 갚았다.
SK텔레콤의 경우 최장 14년이 남은 장기물에 대해서도 이미 현금 상환을 한 상태다. SK텔레콤은 오는 2029년 5월과 2030년 7월 만기인 15년물에 발행 당시 부여한 조기상환 옵션을 행사해 총 1000억원을 조기상환했다. 또 한솔제지 역시 오는 10월 만기 회사채 800억원 가운데 일부를 현금으로 상환했다.
IB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비용 절감과 재무개선 목적으로 현금 상환에 나서는 것 외에도 경기 불황에 따른 투자 회피 심리가 만연하면서 투자를 위한 신규 채권 발행은 줄이고, 기존 채권까지 조기에 상환하는 무차입 기조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들이 초저금리 상황에서도 추가 발행이나 차환보다는 현금으로 상환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수익성이 좋았던 시기에는 투자도 많고 자금 조달이 빈번했지만 최근에는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신규 설비투자나 사업 확대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자산은 가파르게 늘어 올해 처음으로 600조원을 돌파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시중통화량(M2) 잔액 2337조원 가운데 기업들이 보유한 금액은 614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M2는 현금과 예금,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현금화가 쉬운 단기 금융상품으로 구성된 통화지표다.
기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013년 500조원을 넘어선 이후 3년 만에 100조원 이상 증가했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커지고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유동성이 풍부해진 결과로 볼 수 있지만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고 현금을 늘린 영향도 크다. 실제로 한은의 실질국내총생산(GDP)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기업의 설비투자는 전 분기 대비 7.4% 감소했다.
회사채 발행을 통한 기업의 자금 조달도 크게 줄었다. 올해 8월 말 기준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전체 22조35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발행액인 30조681억원보다 27%나 급감했다.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발행 조건이 그 어느 때보다 좋은데도 자금이 필
[전경운 기자 /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