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종금증권이 국내외 기관투자가들과 손잡고 1조원 규모 항공기 투자에 나섰다. 국내 항공기 투자 사상 최대 규모로 20대가 넘는 여러 항공기에 분산투자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 등은 항공기 투자를 위해 다음달 초까지 1조원 규모 펀드를 결성한다. 메리츠종금증권이 1조원 가운데 2500억원을 지분 형태로 투자하기로 약정했다. 일본계 IB인 미즈호증권이 글로벌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나머지 7500억원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펀드 결성 작업을 맡았다.
펀드 자금은 미국 GE 계열 항공기 운용리스업체인 GE CAS가 관리하고 있는 항공기 약 20대를 매입하는 데 사용된다. 그동안 국내 투자자들은 A380 같은 개별 항공기에 투자한 적은 있지만 다수의 항공기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에 인수하게 될 항공기는 기체가 작고 단거리 노선에 주로 투입되는 수백억 원대 저비용항공사(LCC)용 기종이 절반을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투자 회수가 쉬운 게 특징이다. GE CAS의 기존 리스계약은 승계되며 항공기 관리도 GE CAS가 그대로 맡게 된다. 특히 GE CAS는 공동투자자로도 참여해 투자 안전성을 높였다.
메리츠종금증권 등 투자자들은 항공기 리스료를 배분받게 되며 항공기 매각 시 시세차익도 예상된다. 펀드 지분 투자자인 메리츠종금증권은 연 10% 수준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BS 투자 수익률은 등급에 따라 연 4~7%대로 차별될 전망이다. 이번 항공기 금융프로젝트는 애초 미래에셋대우가 중심이 돼 추진하다 내부 사정으로 중도 포기하면서 메리츠종금증권이 바통을 이어 받아 마무리 짓게 됐다. 특히 투자 성사 시 국내 최대 규모로 기록될 전망이다. 교보증권이 지난해 12월 추진한 에미레이트항공이 사용할 슈퍼점보기 A380 4대(거래 규모 1조2000억원)에 대한 국내 투자자 모집은 무산된 바 있다. 항공기 투자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도 꾸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어 국내 기관투자가의 투자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2013년 교직원공제회가 최초 투자에 나선 이후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기관들 자금이 항공기 투자에 몰려들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향후 항공기 투자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항공기 투자 규모는 최소 4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
산되고 있다. 지난 10월 동부증권은 행정공제회와 노란우산공제회 등과 손잡고 에어프랑스가 운항하는 B777 항공기에 약 400억원을 투자했다. 이보다 한 달 전인 9월에는 JB자산운용이 건설근로자공제회와 함께 일본 아나(ANA)항공이 운항하는 항공기에 약 36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강두순 기자 /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