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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 입법 없이 일몰 시한이 지나면 이미 결성된 기업재무안정 PEF도 활동에 제약을 받고, 신규 자금 유입도 불가능해져 구조조정 중인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기업재무안정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 등에 대한 특례' 조항(제249조의 22)은 오는 13일 일몰을 앞두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2010년 한시적으로 도입된 기업재무안정 PEF는 중요성이 커지며 일몰이 계속 연장됐다.
기업재무안정 PEF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주식·채권 및 부동산에 투자해 해당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시중에 조성된 기업재무안정 PEF는 약 5조원 규모다. 법이 일몰되면 이 자금을 기업에 지원하기 힘들어진다.
금호그룹은 기업재무안정 PEF의 가장 큰 수혜자다. 대우건설 인수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던 금호그룹은 2012년 금호고속 등을 IBK투자증권과 케이스톤파트너스의 기업재무안정 PEF에 3300억원에 매각해 위기를 넘겼다. 이후 매각 시 부여받은 우선매수청구권을 활용해 2015년 금호고속을 재인수해 그룹 재건의 초석을 닦았다. 이외에도 SG PE와 SK증권으로부터 910억원을 지원받아 기업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JW생명과학, 연합자산관리(유암코)에서 1000억원을 지원받아 워크아웃을 조기 종결하고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세하도 기업재무안정 PEF의 도움을 받은 사례다.
문제는 일몰 시한이 불과 일주일 남았음에도 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법 연장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9월 7일 여야 의원 19명의 지지를 얻어 기업재무안정 PEF를 상시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정무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채이배 의원실 측은 "현 상황에서는 일러야 11월 중순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에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어 사실상 일몰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라면서 "기업재무안정 PEF 관련 조항이 만료된다면 자금 지원이 시급한 중견기업들이 도산 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법안이 일몰되면 신규 기업재무안정 PEF 조성이 불가능해 부실기업 정상화의 큰 도구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라면서 "일단 개정안이 국회 의결을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와 유사하게 부실기업이 워크아웃(기업개선절차)을 추진하도록 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은 지난해 12월 31일 일몰 시한이 경과된 바 있다. 올해 3월에 국회에서 재가결되기 전까지 한 달 반의 입법 공백이 발생해 수많은 부실기업은 기업정상화 작업에 두 달 이상 시간이 소요됐고, 그 기간 이자비용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기업재무안정 PEF 근거법이 일몰될 경우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나온 워크아웃 기업이나 회생절차 중인 기업은 인수 주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그동안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부실기업 투자 시 기업재무안정 PEF로 자금을 조달해 왔는데, 일몰 이후에는 자금 조달의 큰 창구 하나가 막히기 때문이다.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고성조선해양과 워크아웃 업체 현대시멘트도 일몰 만료로 인한 매각 무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금융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기업구조조정 역할을 본격적으로 맡게 된 유암코도 일몰 시 업무 수행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암코는 기업재무안정 PEF를 통해 그동안 1조2000억원 규모 투자를 집행해 왔고 현재도 84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결성 중이다.
한 유암코 관계자는 "일몰 시 기업재무안정 PEF에 새로 자금을 출자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기존 펀드 운용 때에도 투자 대상·범위가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원래 이달 중 결성을 목표로 서울중앙지법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1000억원 규모의 회생 중인 기업 지원 PEF도 활동에 제약을 받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 기업재무안정 PEF : 기업 지분 투자만 가능한 일반 사모펀드와 달리 경영 정상화나 재무 안정이 필요한 기업에 대출이나 주식 매입은 물론, 부동산을 취득하는 형태로도 투자가 허용된다. 대상 기업은 기촉법상 워크아웃 기업, 채권금융사와 재무구조 약정 체결 기업, 파산 기업, 회생 기업 등이다.
[유태양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