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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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별로도 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위축됐다. 지난해 3조5450억원의 공모채를 발행한 현대차그룹은 올해 발행량이 1조6600억원에 그쳐 전년 대비 53% 줄었고, 롯데그룹은 검찰 수사 여파에 하반기 자금 조달에 거의 나서지 못하면서 발행량이 2조5700억원에서 1조2800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이 밖에 LG그룹도 회사채 발행량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줄었고, 지난해 2조3600억원을 발행했던 GS그룹은 올해 조달 실적이 8400억원에 그치며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시중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회사채 시장을 통한 대기업들의 자금 조달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 기업들이 차입금을 확대하기보다 보유 자금으로 빚을 갚는 등 재무 관리에 더 집중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초우량 기업으로 통하는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올해 하반기까지 1조5000억원의 만기 도래 회사채를 자체 상환했고 KT, GS칼텍스, SK종합화학 등도 보유 현금으로 만기 회사채를 갚았다.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해도 그 이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며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차입구조를 장기화한 기업들의 차환 수요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또 회사채로 조달한 자금의 용도도 대부분 만기가 도래한 기존 회사채를 갚은 차환용이 대부분이어서 실제 투자에 투입된 자금 규모는 크지 않다.
올해 회사채 발행시장은 이미 문을 닫는 분위기다. 이달 들어 회사채 발행을 위해 증권사와 대표주간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한국금융지주 정도만 눈에 띈다. 지난해 이맘때 CJ CGV, 한화테크윈, 아시아나항공 등 7~8곳이 대표주간계약을 체결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통상 대표주간계약은 회사채 발행 3주 전에 체결하는데 연말인 12월을 제외하면 사실상 마무리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 전망은 여전히 미지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방향성도 불투명해진 탓에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저성장·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활력을 잃은 기업들의 신용도 하락 추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지난 2년 정도 신용등급 상승 기업보다 하락 기업이 훨씬 많은 현상이 두드러졌는데 내년에도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현실화하고 산업 구조조정이 이어지면 경기 회복이 더뎌질 수 있다"
[전경운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