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블록딜(대량매매) 전에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공매도해 왔던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칼을 들었다. 하지만 금감원의 '블록딜 전 공매도 근절' 계획에 공매도 관행을 미리 차단할 수 있는 규제가 없어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2012년 12월~2015년 6월 말 블록딜 전 주식을 공매도하거나 보유 주식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차익 5억1200만원을 얻은 현대증권에 '기관주의' 조치를 내렸다고 18일 밝혔다.
또한 관련 직원 3명에게는 견책 조치를 내렸다. 블록딜 정보를 이용해 공매도했다는 이유로 금감원이 기관을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은 같은 혐의로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에 대해서도 줄줄이 철퇴를 가할 예정이다.
실제로 증권사들은 헤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근거를 들어 블록딜 전 주식을 공매도해 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블록딜 전 공매도는 금융투자업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키는 거래 관행"이라며 "증권사들은 블록딜 같은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한 거래를 차단하는 등 준법 시스템을 철저히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금감원은 증권사가 블록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직무상 관련 정보를 활용해 부당 이익을 챙겼다고 판단했다. 블록딜은 주식을 대량 보유한 매도자가 사전에 인수자를 구해 장 종료 후 지분을 넘기는 시간 외 대량매매를 뜻한다. 시간 외 거래이기 때문에 장중 주가 급락을 방지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증권사들은 5%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블록딜 매수에 참여하고 물량 중 일부를 공매도해 이익을 확정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했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블록딜 정보로 이득을 취득한 행위여서 엄연히 불법이라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현대증권에 대한 제재가 증권사 스스로 내부 블록딜 정보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는 불법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금감원은 증권사의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팔려는 블록딜 매도자와 갈등도 발생했다고 밝혔다. 블록딜 후 주가 하락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공매도가 불가피하다는 증권사 주장에 대해서도 금감원 관계자는 "블록딜 이후 주가가 올라갈지 내려갈지는 불확실하다"며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한다는 내부 정보를 이용해 손쉽게 이득을 취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번 제재 조치로 블록딜 전 공매도 관행에 '금지령'이 떨어졌지만 사전에 이를 차단할 방법은 없다. 블록딜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에 비공개로 이뤄지는 거래이기 때문이다.
당일 오후 6시 이후 개별 종목에 대한 전체 대량매매와 공매도
이번 조치도 올해 금감원이 관련 테마 검사를 강화하면서 처음으로 이슈가 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블록딜 전 공매도 여부는 내부자 제보가 없으면 사후 적발해내기 어렵다"며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