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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조정이 자연스럽다고 주장하는 쪽은 기아차가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차입금 규모가 2조1000억원에 달하고 트럼프발 악재와 통상임금 부담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이에 반해 기아차의 풍부한 현금성 자산과 최근 미국 내 판매 호조 등을 근거로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기아차의 올 3분기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내년 3분기까지 상환이 돌아오는 차입금 규모가 2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경기가 하락 중인데 단기간에 2조원대 차입금 상환 압박은 기아차라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기아차의 EBITDA는 2014년 3조9000억원에서 작년 3조7000억원 수준으로 낮아진 반면 각종 비용 부담은 늘고 있다. EBITDA는 세전영업이익(EBIT)에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현금 유출이 없는 비용)를 합산해 계산하는데 기업의 순수 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뜻한다.
단기 유동성을 좌우하는 단기 차입금은 매년 늘고 있다. 2014년 말 기준 1조3898억원이었던 기아차 단기 차입금은 작년 1조5000억원을 넘더니 지난 9월 말 현재 1조5683억원으로 늘었다.
이 같은 흐름으로 기아차는 즉시 돈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기아차의 당좌비율은 2014년 84% 수준에서 올해 79.4%로 떨어졌다. 당좌비율이란 자산 중 재고자산을 뺀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으로 유동부채를 나눈 수치로 대개 100%를 넘어야 자금사정이 우수한 기업으로 쳐준다. 일본 도요타, 독일 벤츠 등 글로벌 업체의 당좌비율은 모두 10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발 악재로 꼽히는 멕시코 공장 추가 확장도 또 다른 부담이다. 현재 연산 30만대 수준을 40만대 생산까지 끌어올리려다 트럼프의 관세 강화 예상에 일단 계획을 보류한 상태다. 투자자들은 향후 매출 증대와 관련이 있는 투자 계획 철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한화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목표주가를 하향하면서 "트럼프발 악재로 멕시코 공장 생산 확대에 차질을 빚을 것이고 통상임금에 따른 충당금 부담에 내년 수익성 하락까지 예고돼 본격적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분석도 많다.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2조1000억원의 차입금 중 1조5000억원이 수출하는 자동차 업종 특성상 발생한 신용장 개설에 따른 것으로 실제 채무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회사채를 포함한 6000억원가량의 채무는 롤오버(만기 연장)가 확실하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기아차 관계자는 "내년 돌아오는 단기 채무의 상당 부분이 자연스러운 현금 흐름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채권 발행도 원활했던 만큼 유동성 차원의 위기는 없다"고 밝혔다.
작년 한국전력 용지 매입 분담금으로 크게 떨어졌던 현금성 자산도 회복되고 있다. 2014년 2조4000억원에서 작년 1조1000억원으로 급감했다가 올해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올라갔다.
또 다른 기아차 관계자는 "미국에서 기아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재고가 줄고
기아차의 미국 재고 소진 기간은 작년 4.7개월에서 올해 4.1개월로 단축된 상태다. 향후 관건은 2011년 기아차 노조가 제기한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으로, 1심 판결이 이르면 연말에 나올 예정이라는 점이다. 통상임금은 각종 근로 가산금과 유급 휴가 시 지급될 임금 산출 기준이 되기 때문에 노조가 소송에서 이기면 사측 부담이 크게 는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