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지방재정공제회와 손잡고 미국 주요 도시에 있는 호텔 7곳에 총 1500억원을 투자한다.
KIC가 국내 기관투자가와 공동 투자에 나선다는 점에서 국내 기관들의 해외투자 능력을 키워주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IC와 지방재정공제회는 미국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거점지역에 있는 세계적인 호텔 7곳에 1530억원가량을 투자하기로 했다. KIC가 1300억원을, 지방 재정공제회가 230억원을 각각 출자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 두 기관은 30일 해외 투자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번 투자 대상은 포시즌스 4곳, 페어몬트 2곳, 리츠칼튼 1곳 등 총 7곳으로 모두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호텔이다. 공실 위험이 작은 최고급 호텔 위주로 투자하는 셈이다.
특히 호텔을 담보로 발행하는 중순위 대출 채권을 매입하는 조건으로 선순위 채권 투자보다 이익을 극대화한 게 특징이다. 연간 기대 수익률은 7~8%로 예상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공약인 인프라 투자와 감세를 행동에 옮기면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수혜가 예상되는 호텔 시장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100조원 넘게 굴리는 국부펀드가 6000억원가량 운용자산을 가진 소형 공제회와 공동 투자에 나서자 업계는 그 배경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번 베팅을 계기로 KIC와 소규모 연기금의 손잡기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KIC는 국내 연기금 등과 공동 투자를 어떻게 활성화할지를 놓고 다방면으로 고심해왔다. 투자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국내 금융사가 우량한 해외 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국부펀드의 주요 역할 중 하나라고 판단해서다. 2014년 KIC가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공무원연금 등 17개 기관이 참여하는 '공공기관 해외투자협의회(해투협)'를 출범시킨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KIC 공동 투자에 업계는 향후 소규모 연기금의 해외 투자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에서 쓸 만한 투자처를 발굴하기 힘든 국내 대다수 기관투자가는 '블루오션'이 될 수 있는 해외 투자 기회에 목말랐다.
하지만 자산이 1조원에도 못 미치는 지방재정공제회를 비롯한 소규모 기관은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했다. 최소 1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베팅해야 하는 딜에 참여하기에는 자산·인력 부족이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국부펀드인 KIC와 손잡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공동 투자를 통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고, 국부펀드가 쌓아온 투자 노하우를 전수받는 등 전문성을 대폭 키울 수 있다.
KIC가 보유한 방대한 네트워크 덕도 볼 수 있다. KIC는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월가 메이저 플레이어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왕가를 비롯해 전 세계에 닿지 않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다. 장동헌 행정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국민연금이나 KIC처럼 해외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국내 대형 기관에 좋은 투자 기회가 먼저 찾아오는 게 사실"이라며 "KIC가 상생 차원에서 소형 공제회와 손잡고 수익을 나누기로 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이달 초에는 사학연금공단과 함께 미국 내 아마존 월마트 스타벅스 등이 사용 중인 32개 물류센터에 투자했다. 최근 전자상거래 시장 활성에 따른 수요 증가로 물류센터 투자가 유망하다는 판단에서다.
[홍장원 기자 /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