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업의 부실여신으로 올해 '적자폭탄'을 맞은 농협은행이 부행장의 80%를 교체했다. 2012년 출범 이래 단행한 임원급 인사 중 가장 큰 규모다. 9일 농협금융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이날 밤 정기 인사를 통해 부행장보를 포함한 11명의 부행장 가운데 82%인 9명을 물갈이했다. 이번 인사는 내년 1월 1일부로 적용된다. 부행장 중에는 박규희 여신심사본부장과 김형열 리스크관리본부장까지 2명만 생환했고 김호민 경영기획본부장, 박석모 기업고객본부장, 윤동기 자금운용본부장, 이영수 IT본부장 등 4명은 임기를 채우고 물러났다. 그러나 임기를 약 1년 남겨둬 인사 대상자로 부각되지 않았던 서기봉·박태석·오경석·남승우·신응환 부행장은 예상과 달리 전격 교체됐다.
대신 농협은행은 기존 11명의 부행장급을 13명으로 늘리면서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 법무법인 광장 자문위원 출신인 김철준 부행장보와 법무법인 세한의 변호사 출신인 서윤성 부행장보가 그 주인공이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 농협금융 관계자는 "이번에는 직급(부행장) 인사만 낸 것"이라며 "앞으로 1~2주 안에 이들 가운데 직책(본부장) 인사가 있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이 예상을 뛰어넘는 대규모의 인사를 단행한 것은 올해 역대 최악의 실적을 낸 데 따른 책임 규명 차원이라는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실제로 농협은행은 올 초부터 조선·해운 분야의 부실 탓에 올해 3분기까지 무려 1조4110억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쌓았다. 그 결과 꾸준히 적자에 허덕이다가 지난 10월에야 겨우 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다. 1~3분기 신한과 KB국민, 하나, 우리 등 경쟁사들이 최소 수천억 원에서 최대 1조50
이와 관련해 농협은행 관계자는 "성과주의에 입각한 인사지만 은행 실적이 좋지 않았던 점도 작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함께 발표된 농협금융지주에서는 허원웅 재무관리본부장이 퇴직하고 홍재은 농협은행 자금부장이 지주 상무로 승진했다.
[김종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