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성냥갑 아파트' 탈피를 위해서는 공공주택에 대한 층수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연구용역 결과를 받아 놓고도 한 달이 지나도록 내부 보고와 정책 반영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초 주택국에 제출된 '서울시 아파트 디자인특화방안' 용역보고서에는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명시된 35층 층수제한과 부딪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다양한 디자인의 아파트를 위해서는 층수나 용적률 제한을 풀어주는 등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서울시는 2015년 발표한 '한강변 관리기본계획'에서부터 아파트의 디자인성을 강조해왔다. 이번 용역보고서 발주도 이 같은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2015년 보고서에서 서울시는 '아름다운 건축계획 유도'를 하나의 목표로 잡고 '입체적 디자인 라인' '세계적인 수변공간 창출' 등을 강조했다. 보고서에는 '특별건축구역 지정 등을 통해 건축디자인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통경축에 대한 계획·관리를 통해 도시내부~한강으로의 열린 경관을 창출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보고서는 효율성만을 생각해 지은 성냥갑 모양의 직사각형 아파트를 지적하며, 향후 '서울의 얼굴'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건축설계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서울 한강변에는 상업용 건물이 거의 없고, 네모반듯한 아파트만 즐비해 홍콩, 뉴욕, 상하이 등에서 볼 수 있는 특색 있는 야경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마침 이들 아파트의 재건축 연한이 일제히 다가오고 있는 만큼 앞으로 새 아파트를 지을 때는 다양하고 특색 있는 디자인의 건물을 많이 넣어 스카이라인을 다채롭게 만들자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보고서는 그러나 도시경관을 고려한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을 지으려면 설계비와 공사비가 많이 증가하기 때문에 용적률이나 층수 등 제한을 풀어주는 방식의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는 서울시가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공동주택의 건물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일괄 제한하고, 용적률 역시 2~3종 주거의 경우 300% 이내로만 허가를 내주는 것과 상충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의뢰해 나온 용역보고서임에도 정책 반영 절차에 들어가지 못하고 박원순 시장에게 보고도 되지 않은 채 사장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주택국 관계자는 "내용이 방대해 다양한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 역시 "획일적 저비용 아파트 디자인을 탈피하기 위해 전문가들과 계속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최종 보고서는 만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석주 서울시 의원은 "은마아파트가 기존 성냥갑 아파트로 재건축하려 했다면 설계용역비가 50억원 이내로 들었겠지만, 희림건축사무소와 네덜란드 건축설계사 유엔스튜디오에 의뢰하면서 용역비가 150억원까지 치솟았다"면서 "비용을 많이 들여서라도 서울의 랜드마크와 같은 건물이 될 수 있다면 시는 이를 장려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독특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의 건물을 지으려면 설계용역비와 공사비는 수직상승할 수밖에 없는데, 아무런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다면 기존과 똑같은 성냥갑 아파트만이 즐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도시전문가는 "건물
[박인혜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