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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북구 일대 한 고층 아파트 단지에 할인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이승환 기자] |
경기도 용인시의 '강남'으로 통하는 수지구에서는 3600여 가구급 한 대형 단지가 2년간 살아본 후 매매를 결정하라는 내용의 '스마트 리빙제'를 들고 나왔다. 분양가의 28% 정도를 입금하면 2년간 입주해서 살 수 있고 그 기간 대출 이자는 전부 건설사에서 대신 내준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계약자에 대해서는 '공동구매 할인'도 해준다. 분양 상담사는 "계약을 원하는 사람이 공동구매 신청서에 이름을 올리면 된다"며 "취득세 50% 지원 혜택에 더해 3년간 1% 금리를 적용해 잔금 지불 시기를 연장해준다"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는 대형사가 짓는 브랜드 단지다. 일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분당선 연장선 '성복역'(2016년 1월 개통) 호재를 둘러싸고 투자 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건설사들로서는 가장 내놓고 싶지 않던 최후의 악수(惡手)를 두게 됐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교통 호재 덕에 웃돈이 5000만~1억원 선을 오가던 인근 B단지의 전용면적 84㎡형 분양권은 올 들어 2000만원까지 값을 대폭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사들이 계약률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시장 관행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미분양은 감출 수가 없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할인분양·스마트 리빙 등은 브랜드 이미지를 감안하면 드러내고 싶지 않은 판매 전략"이라며 "건설사로서는 시장 전망이 영 좋지 않아 비용 부담을 버티기 힘들 때 택하는 극약 처방"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리빙은 이른바 '애프터 리빙'의 다른 이름이다. 애프터 리빙은 전세 임대 후 매매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6~7년 전 일산 신도시 일대를 중심으로 등장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국내 주택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던 시기에 공급 과잉 문제까지 겹치자 대형사들이 들고 나온 판매 전략이다. 당시에는 이런 조건에 더해 미분양 아파트가 홈쇼핑 상품으로 등장하면서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이 때문에 '반값 아파트'와 다를 바 없는 대폭 할인을 내건 단지도 적지 않다. 대부분이 장기간 미계약 상태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대형 면적이다. 용인경전철이 지나는 기흥구 지석역 일대에서는 중견사가 짓는 한 아파트가 53% 파격할인 현수막을 내걸었다. '미분양 무덤'으로 통하는 인천 청라·영종 일대에서는 대형사가 짓는 브랜드 단지들이 '5년 전 가격에서 다시 5% 할인' '평균 2억원 이상 할인' 등의 조건을 내밀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도 분양가를 20~30% 깎아준다며 계약자 모시기에 나섰지만 계약률 올리기가 여의치 않다는 게 업계의 말이다.
국내 아파트 시장은 '선분양·후입주'제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불경기 속에 미분양이 쌓이면 이런 식의 판촉전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분양 관계자는 "아무리 호재가 있는 지역이라 하더라도 공급이 몰린 지역의 대형 면적 아파트는 올해에도 계약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며 "수도권 외에 충청·경상 일부 지역 등에서 비슷한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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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