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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형 PEF들은 글로벌 기관투자가가 제공한 '실탄'을 활용해 아시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꼽히는 국내 우량 기업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 전망이다.
12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KKR와 TPG캐피털은 올해 상반기 안으로 각각 70억달러(약 8조4000억원)와 45억달러(약 5조4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글로벌 기관투자가로부터 자금 모집(펀드레이징)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해당 펀드들은 호주 지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기업 투자에 특화된 펀드로 홍콩에 위치한 KKR 아시아와 TPG 아시아가 총괄하고 있다.
이번에 KKR가 조성하는 아시아 3호 펀드는 아시아 지역 PEF 중 역대 최대 규모다. 기존 최대 규모는 2013년 조성된 KKR 아시아 2호 펀드(60억달러)다. TPG 역시 KKR에 밀리지 않기 위해 기존 아시아 6호 펀드(33억달러)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7호 펀드 조성 작업에 들어갔다.
이들의 펀드 조성이 완료되면 아시아 지역에서 활동 중인 PEF 중 단일 펀드 규모만 30억달러를 넘는 대형 펀드가 총 11개에 달하게 된다. KKR, TPG뿐 아니라 칼라일(39억달러) 등 글로벌 PEF는 물론, 아시아 기반 베어링PEA(40억달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38억달러)와 더불어 국내 토종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 4호펀드(41억달러) 등이 경쟁하고 있다. 이들이 갖고 있는 펀드 자금만 468억달러로, 여기에 인수금융 등 대출과 글로벌 연기금과의 공동 투자를 감안할 경우 투자 가능 규모는 펀드 자금 대비 2배가 넘는 1000억달러(약 120조원)를 웃돌 것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이처럼 아시아 투자 PEF 규모가 크게 확대되는 이유는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기관투자가 자금이 몰린 탓이다. 외국계 투자은행(IB) 대표는 "시장에서 MBK파트너스 4호 펀드 자금 모집 기간을 반 년가량으로 예상했지만 북미 지역 등 기관투자가의 출자 요청이 잇따르며 불과 두 달 만에 자금 모집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수익률 향상에 목마른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PEF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시아 투자 PEF들의 주요 타깃은 한국을 비롯해 호주와 동남아시아 지역 기업들이다. 상대적으로 아시아 맹주인 중국과 일본은 관심도가 낮아 한국 기업에 대한 구애가 잇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복수의 글로벌 PEF 관계자는 "중국 시장 진출 PEF들은 지분율 취득 규제와 기업공개(IPO) 규제로 인해 성과가 신통치 않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기업 경영권 취득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벽'을 넘는 게 험난한 데다 투자 이후 투자금 회수를 위한 기업 상장이나 재매각 역시 당국의 허가를 받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일본 역시 PEF가 투자를 꺼리는 곳이다. 글로벌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2015년 PEF의 일본 투자는 31건, 26억달러(약 3조원)에 그치며 2010~2014년 평균 투자금액보다 64%나 급감했다. 기업 경영권을 PEF에 매각하기 꺼려하는 기업 문화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까닭에 아시아 투자 PEF들은 한국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한 PEF 대표는 "동종 업계에서 경쟁력이 뛰어나고 우수한 현금 창출 능력을 갖춘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 매력도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업 대주주들이 자금 마련이 필요할 경우 PEF를 제 발로 찾아오는 경우도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막대한 투자 자금을 소진해야 하는 PEF와 기업 대주주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여기에 최근 원화 약세로 인해 달러표시 국내 기업 지분 가격이 낮아진다는 점도 글로벌 PEF의 적극적인 행보를 예상하게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PEF는 한국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최근 KKR는 LG전자 부사장 출신인 임형석 씨를 한국 대표로 임명했다. TPG는 모건스탠리 PE 출신 이상훈 한국 대표를 임명해 10년 만에 한국사무소를 다시 개설했다. 세계 최대 PEF 블랙스톤도 홍콩사무소 소속 국유진 씨를 한국 담당 대표로 내세워 국내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PEF 간 경쟁 격화에 따른 '승자의 저주' 가능성은 이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펀드 자금 소진을 위해 기업 인수 경쟁을 펼치는 과정에서 인수가가 높아질 경우 손해를 볼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과제를 풀기
지난해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이 4300억원에 인수한 카버코리아 딜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경쟁 압력을 낮추기 위한 PEF 간 합종연횡도 전망된다. MBK파트너스와 TPG는 지난해 홍콩 통신기업 워프T&T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한 바 있다.
[강두순 기자 /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