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보셨듯이) 정부조직개편안 처리를 놓고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 간 대치가 벼랑끝까지 가고 있습니다.
쟁점과 향후 전망을 취재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오대영 기자!
[협상 경과]
앵커) 어젯밤까지는 상황이 상당히 진전되는 것 같았는데요?
기자) 네, 어젯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효석 신당 원내대표가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났습니다.
동시에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과 유인태 행자위원장, 이한구-김진표 정책위의장도 협상을 계속 진행했는데요, 특히 김 부위원장과 유인태 위원장 사이에서 "해수부는 폐지하되, 여성가족부와 농촌진흥청은 존치한다"는데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습니다.
그래서 오늘 오전에 6인 회동을 열어 그 자리에서 합의서에 서명만 하면 된다는 기대섞인 얘기까지도 흘러나왔습니다.
앵커) 그런데 상황이 왜 이렇게 반전된 거죠?
기자) 네, 문제는 이명박 당선인에게 이 절충안이 보고되면서 부터입니다.
이 당선인이 이 절충안을 보고받은뒤,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 당선인은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는 원칙을 지켜야한다는 생각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당선인의 지시사항인 만큼 한나라당은 "일단 없던 것으로 하자"고 번복을 했고, 이를 전해들은 신당 측은 "왔다갔다 한다"며 강력하게 항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한나라당쪽의 주장은 좀 다릅니다.
손학규 대표가 여성부는 물론 해양수산부도 살려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면서, "그렇다면 우리도 원안대로 간다"는 입장이 나왔다는 설명입니다.
양쪽의 최고 지도자선에서 강경한 입장이 나오면서 애써 이룬 협상 성과도 물거품이 된 셈입니다.
앵커) 양당 모두 당황스러웠을텐데, 이런 이유로 오전에 예정됐던 6인 회동도 무산이 된 것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늘 오전에 있었던 신당의 확대간부회의장은 그야말로 이명박 당선인의 성토의 장이었습니다.
손학규 신당 대표는 회의에 참석해 정치를 하자는 것이냐, 야당을 대하는 신정부의 자세냐며 매우 격앙된 모습을 보였고, 신당 측은 더이상의 협상은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협상 결렬을 엄포했습니다.
반면 한나라당은 급히 진화에 나섰는데요, 안상수 원내대표는 김효석 원내대표의 방으로 직접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고 협상을 재개를 위한 설득에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양당의 신뢰에 이미 금이 간 만큼 극적 타결은 점점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배경은?]
앵커) 이런 양당의 기싸움이 결국은 총선 전초전이라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멀리 내다본다면 그런 해석도 가능합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부처가 해양수산부, 여성가족부, 농촌진흥청인데 대체로 여성과 농어민 등 표심의 충성도가 높은 계층과 관련된 부처입니다.
호남을 텃밭으로 하는 대통합민주신당은 이 세곳을 끝까지 지키는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는 것이 지지층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입니다.
한나라당도 뒤집어 보면 입장은 마찬가지입니다.
신당이 발목잡기로 새 정부 출범을 파행으로 끌고가면, 대선때 이명박 당선인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했던 국민들에게 오히려 미움을 사고, 결국은 신당이 총선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이유로 막판까지 양당은 끈질긴 기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죠.
앵커) 해수부 존폐가 가장 큰 쟁점인데, 이에 대한 양당의 셈법은 무엇이죠?
기자) 신당은 해수부 폐지가 이 당선인의 핵심공약인 대운하를 위한 포석작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해수부를 건교부에 편입시키는 것은 바다로 안나가고 내륙에 갇혀서 운하만 파겠다는 생각이라고 공세를 퍼붓고 있습니다.
손학규 대표가 해수부 폐지에 강력 반대하고 있는 것도 대운하 공약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반면 한나라당은 해양강국인 영국과 일본도 별도의 해수부는 없다며 세계 흐름에 맞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여기에는 대운하를 통해 서로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가 깔려있습니다.
앵커) 이를 놓고 이명박 당선인과 손학규 대표의 벼랑끝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기자) 지난 12일 두 사람의 전화통화가 단적인 예입니다.
이 당선인이 "협의가 안되면 원안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손 대표가 "일방적으로 끌고 갈 문제가 아니다"라고 맞받았습니다.
그리고 그제 이 당선인이 일방적으로 손 대표를 면담하겠다고 밝힌 것을, 손 대표가 언론 플레이로 규정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런 두 사람의 감정 싸움은 거슬러 올라가보면 지난해 한나라당 경선 시점부터입니다.
손학규 대표가 한나라당을 탈당한다는 얘기가 나올때 이 당선인이 "안에 있어도 시베리아인데...나가도 춥다"고 강하게 비판했고, 손학규 대표가 "시베리아를 넘어서 가겠다"며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며 감정의 골이 깊어졌습니다.
앵커) 새정부를 출범하는 당선인의 입장과 또 새로운 야당대표의 샅바싸움으로도 볼 수 있죠?
기자) 네, 이 당선인 측은 새정부 출범부터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면 5년 내내 야당에 발목잡힐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면 손 대표로서는 새로운 야당의 대표가 된 만큼 야당이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하고 넘어가겠다는 생각도 깔려있는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 참에 당을 확실히 장악해 국민들에게 온화함으로 각인된 자신의 이미지에 강인함을 심어 5년 뒤를 기약하겠다는 계산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향후 전망은?]
앵커) 그렇군요. 그러면 이대로 새정부의 파행 출범은 피할 수 없는 건가요?
기자) 네. 지난 2월 5일 양당이 6자회담 을 열어 정부조직 개편안의 논의를 시작해 설 명절도 없이 협상을 끌어왔습니다.
하지만 정부조직 개편안이 이번 주말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를 비롯한 조각 절차는 물론 새 정부 출범 자체도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최악의 사태가 오면 당선인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지 이번 주말, 일요일까지는 타결이 되지 않겠냐는 전망입니다.
안상수, 김효석 두 원내대표는 내일 다시 만나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주말까지는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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