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삼성그룹 소속 금융계열사들이 다음달부터 상근감사위원 제도를 전면 폐지한다. 통상 감사원이나 금융감독기관 등 관계 출신들이 맡아온 상근감사가 사라지는 대신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독립적인 감사위원회가 금융권 전반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낙하산 감사 임명 가능성을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이 미리 차단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22일 금융당국과 재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은 23일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상근감사위원 폐지 안건을 논의한다.
현재 금융회사의 업무와 회계를 감사하기 위한 감사 체제는 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의 '독립적 1인 감사 체제'와 신한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회사의 '이사회 산하 감사위원회 체제'로 구분된다.
현행 금융지배구조법은 1인 감사 체제와 감사위원회 체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금융회사는 감사위원회 체제를 유지하되 감사위원 중 1인을 상근감사위원으로 두는 형식으로 사실상의 1인 감사 체제를 유지해왔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이 지금까지는 감사위원회 체제 속에 외부 출신의 상근감사를 두고 있었지만 이번에 아예 이를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다음달 주총을 거쳐 상근감사 제도가 폐지되면 감사위원회는 순수 사외이사 중심으로 재편된다. 감사 업무의 의사결정은 감사위원회가 맡고, 내부 출신 실무자인 감사실장이 감사위원회를 보좌하는 방식이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으로 총수 부재 상황에 놓인 삼성그룹은 23일과 24일 주요 계열사 이사회를 일제히 개최한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금융계열사들이 23일 이사회를 열어 3월 정기주총 일정과 주요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나머지 주요 계열사들도 24일 이사회를 개최한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 특검 조사와 예상치 못한 구속 여파로 상당수 경영 현안이 모두 중단된 상태여서 올해 정기주총 안건도 최대한 보수적인 내용으로 상정할 수밖에 없다"며 "예년보다는 다소 늦어졌지만
올해 주총은 최근 이 부회장 구속에 대한 삼성 측 입장과 향후 경영 방향에 대한 주주들의 질의와 회사 측 설명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경과 보고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은 기자 / 정석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