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모델링이 한창인 서울 청계천변 장교동 한화빌딩 전경. 1~2층에만 유치하던 외부시설을 3층까지 확대했다. [이윤식 기자] |
도심부 한복판이라는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매력을 잃고 주춤하던 종로가 권토중래(捲土重來)에 나선다. 기존에 있던 고층빌딩의 저층부를 과감하게 개발해 상권 활성화에 나서는 것이다.
먼저 청계천변 대형 고층빌딩들이 '총대'를 멨다. 대우조선해양 옛 본사건물과 장교동 한화빌딩이 대표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쓰던 남대문로 청계천 인근 사옥은 대우조선해양 사세가 급격히 기울면서 작년 캡스톤자산운용에 팔렸다. 캡스톤자산운용은 작년 1700억원에 이 건물을 사들이면서 청계천변이란 입지에 걸맞게 사람들이 활발히 오갈 수 있도록 리테일 부문 구성을 완전히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브랜드의 매장이나 레스토랑 등이 들어갈지 정해지진 않았으나, 리테일에 정통한 외국계 부동산 회사 쿠시먼&웨이크필드가 컨설팅을 맡아 상업시설 구성(MD) 재편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지하 1층~지상 2층 3000㎡가 넘는 면적이 모두 상업시설이 될 예정이다. 윤화섭 쿠시먼&웨이크필드 이사는 "저층부를 부분적으로 리노베이션해 상업시설에 적합한 공간의 형태와 환경을 조성하고, 청계천과 잘 어우러지는 F&B(식음료 업체)와 판매시설을 입점시켜 규모는 작지만 특색 있는 랜드마크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존 업체들의 임대 기간 문제로 내년에야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건물에서 한 블록 떨어진 장교동 한화빌딩 역시 리모델링 공사에 한창이다. 특히 저층부는 기존 건물과 확연히 구분되도록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기존에는 1층과 2층에 역사관과 우리은행이 있던 게 전부였지만, 리모델링을 하면서 3층까지 개발하기로 했다. 2019년에야 전체 리모델링 공사가 마무리되는 만큼 현재 카페 외에도 추가로 다양한 리테일이 더 들어설 수 있을지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12층에 위치해 사실상 직원들 전용이던 카페는 3층으로 이동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청계천 너머 종각역 인근에서는 종로타워가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원래 이 건물 지하 2층에 위치해 있던 대형 서점 반디앤루니스가 2002년 폐업해 아쉬움을 남겼던 종로서적으로 부활하면서 과거의 향수와 현재를 연결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이 밖에도 도쿄스테이크, 바비레드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식음료 브랜드와 리테일 업체들이 들어섰거나 입점이 확정됐다. 그랑서울이나 D타워가 다소 보수적 분위기의 광화문·종로 일대에서 보기 힘들었던 이태원이나 경리단길 등의 '핫플레이스' 를 유치해 성공했던 것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았다.
서울 도심에 5년 만에 들어설 대형빌딩으로 관심을 모으는 센트로폴리스 역시 저층부 상권에 힘을 준다. 포스코건설이 짓고 시티코어가 시행을 맡아 내년 완공 예정이다. 연면적 14만1474㎡, 지하 8층~지상 26층 규모인데, 이 중 지하 1층~지상 2층을 상업·갤러리 등 문화시설로 빼곡히 채울 계획이다. 지하 1층에는 종로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역사문화전시관'이 들어설 예정이고, 1층과 2층은 각종 갤러리와 유명 맛집을 한 공간에서 만나는 식당가, 임차인 전용 라운지 등으로 활용된다.
고전하던 종각역 사거리부터 청계천 일대 빌딩들이 활기를 되찾으면 북쪽으론 SM면세점과 쌈지길 쪽까지, 동쪽으로는 센터원, 시그니쳐타워, 롯데호텔을 거쳐 동대문까지 연결되는 거대한 상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대문-명동, 광화문-삼청동과는 또 다르게 차별될지 주목된다.
[박인혜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