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스 라운지] 가상통화 뜨지만 `묻지마 투자`는 금물

직장인 정 모씨(29)는 가상통화에 투자해 며칠 만에 3배를 벌었다는 친구 말에 솔깃해 이달 초 비트코인에 비상금 1000만원을 투자했다. 1비트코인(BTC)당 140만원에 사들인 뒤 150만원까지 오르는 비트코인 가격을 보며 뿌듯했다. 하지만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25일 현재 110만원 선까지 고꾸라지자 깜짝 놀랐다. 정씨는 원금이 회복되면 곧바로 팔고 나오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급한 자금수요가 생기면 큰 손실을 보고 팔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하루하루 불면의 밤을 지새우고 있다.
이처럼 가상통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가 낭패를 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고위험고수익을 노리고 들어왔다고는 하지만 일별 가격변동폭이 너무 커 당혹스러워하는 투자자들이 한둘이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 코빗의 김진화 이사는 "가상통화는 새로운 자산이므로 상품의 특성과 내용을 제대로 알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라며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탄생한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배운다는 자세로 투자에 나서기 바란다"고 말했다.
가상통화 투자는 작전세력이 주도하는 시세 조작에 취약한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가상통화 정보업체 코인힐스에 따르면 가상통화 중 하나인 이더리움 클래식(ETC)은 일간 전 세계 거래량이 원화로 10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친다. 거래량이 가장 많은 비트코인도 5720억원 수준에 불과해 얼마든지 세력에 의해 가격이 좌지우지될 여지가 크다.
가상통화 거래소의 불안정성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 17일 가상통화 거래량이 폭주하면서 국내 몇몇 거래소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발생했다. 현재 가상통화는 투자자 보호장치는 물론 담당하는 규제기관도 없다. 금융위원회는 가상통화 취급업에 대한 규율체계를 검토해 올 상반기 중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 취급업에 대한 규율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법적 근거가 정비되면 감독에 나설 예정임을 시사했다.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