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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인천 송도 셀트리온 본사에서 만난 김형기 셀트리온 사장(53)은 기자를 만나자 대뜸 이 같은 질문부터 던지며 "바이오시밀러(복제약) 개발에 전념해야 하는 시점에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 부양에 나서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바이오복제약 연구개발 업체이자 시가총액이 10조원 넘는 코스닥 1위 기업인 셀트리온 사장이 이날 예정에도 없던 인터뷰에 나선 것은 셀트리온 자회사 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헬스)가 회계 문제로 코스닥시장 상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셀트리온이 실적 부풀리기 논란에 휩싸였고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최근 회계 문제로 특별감리를 받고 있어 바이오산업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셀트리온은 지난달 20일 이후 자회사 회계 문제가 불거지며 주가가 약세를 띠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6일까지 주가가 16%나 하락하자 김 사장은 자사주 매입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김 사장은 "457억원 규모 자사주(50만주)를 오는 6월 21일까지 매입할 예정"이라며 "연구개발비에 써야 할 돈인데 아쉽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서정진 회장과 셀트리온 창립 멤버로 활약해 왔고 2015년 서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기우성 사장과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김 사장이 주로 경영관리와 재무 쪽을 맡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 사실상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불린다.
김 사장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가 사실상 '한 몸'이고 회계 문제에서도 투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셀트리온헬스는 단순 판매·유통사가 아니라 초창기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셀트리온과 공동 투자한 데 이어 최근 해외 시장 마케팅 전략도 직접 짜고 있다"며 "이 같은 이유로 셀트리온헬스의 단순 상장 절차 지연에 셀트리온 주가까지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헬스는 셀트리온에서 바이오 복제약을 받아 글로벌 유통사에 판매한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인 램시마나 백혈병 치료제 트룩시마 같은 '히트 상품'의 해외 판매량이 고스란히 자회사 실적으로 나타난다. 셀트리온헬스의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577억원, 1786억원으로 영업이익은 2년 만에 5배 이상 급증했다.
2015년 순이익도 흑자로 돌아서자 주식시장에서 상장 요구가 커졌고 지난달 14일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오는 6월 상장이 예상됐으나 '이행보증금 회계처리' 문제라는 암초를 만났다. 이 업체의 회계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한국공인회계사가 정밀감리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행보증금이란 해외 유통사들의 계약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이들로부터 미리 받아놓은 돈이다. 2015년 100억원이 들어왔고 이를 공정가치로 회계장부에 기록하기 위해 20억원(현재가치할인차금)을 뺀 80억원을 반영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상장 전 회계감리를 맡아서 하는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이 돈은 돌려줘야 하는 시기에 이익으로 계상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헬스는 2015년 순이익을 80억원 줄여 206억원으로 정정·공시했다. 그러나 금감원과 한공회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체 회계를 다시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현재까지 이행보증금 이외의 회계 관련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뚜렷한 이유 없이 감리 절차가 길어져 상장 절차가 연기돼선 안 된다는 반응도 있다. 김 사장은 "바이오 산업 특성상 전례가 없는 회계 처리에 회계 당국이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를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다"고 운을 뗀 후 "셀트리온헬스의 정밀감리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19일 이후 일일 거래량 대비 공매도가 40%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주가가 하락하며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달 17일 셀트리온 전체 거래량 가운데 공매도 비중은 18.3%였지만 같은 달 22일에는 40%까지 높아졌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향후 매도하는 것으로 주가가 실제 하락해야 수익을 얻는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헬스도 상장 후 공매도에 시달릴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상장 자체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회계 전문가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전체 실적과 큰 상관이 없는 기타 수익 비용 처리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올해 상장을 연기할 정도의 이슈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셀트리온헬스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44.12%)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지분 45.22%를 갖고 있다. 김 사장은 "서 회장은 최근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해 '셀트리온헬스에 대한 '초정밀' 감리도 자신 있다'며 주주들을 설득했다"며 "재고도 급격하게 줄 것으로 보여 재무상 지표도 호전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업계에선 우량 기업공개(IPO) 중
[송도 = 문일호 기자 /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