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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부터 기술보증기금(기보) 수장을 맡고 있는 김규옥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창업'이란 단어를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기술창업을 활성화하는 것은 미래 먹거리인 신성장 산업을 키우는 가장 효과적 방법인 동시에 젊은이들에게 일자리와 진취적인 기상을 불어넣어 주는 국가적인 투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창업기업 지원 플랫폼을 구축하고 새로운 사업 영역 개척을 경영목표로 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부산에 본점을 둔 기보로 오기 전 그는 부산 경제부시장으로 일해 지역 사정을 누구보다 더 잘 파악하고 있다. 그는 "부산시청에서 근무할 때는 부산지역만 바라보면 됐는데 이제는 전국을 커버해야 한다"며 웃었다. 그는 "전국의 영업점을 방문하며 지역별로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복잡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과 함께 그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단어는 '4차 산업'이다. 김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을 중심으로 창업 지원을 기존 연 5조원에서 10조원까지 늘리겠다"며 "한정된 보증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선별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설립 후 7년이 넘은 기업은 벤처·이노비즈기업과 지식재산권·연구개발(R&D) 기술을 사업화하는 기업에 한해 선별적으로 지원하고 투자 성과 공유 등 시장 친화적 상품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보증을 오랫동안 이용한 기업은 만기가 되면 보증금액을 의무적으로 상환시켜 창업기업 지원을 위한 재원으로 확보해 보증의 선순환구조로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4.0'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은 양대 보증기관에서 모두 화두다. 신용보증기금(신보)은 올해 초 조직 개편에서 '4.0창업부'를 신설하고 '4.0창업경진대회'를 열었다. 기보는 이에 질세라 지난 3일 '인더스트리 4.0 FIRST 보증'을 출시했다.
김 이사장은 "기보야말로 그동안 축적된 기술금융 인프라를 활용해 미래 성장동력 산업을 선도적으로 육성할 최적의 기관"이라며 "신용보다는 철저히 기술역량에 입각한 지원으로 신보와 차별된 4차 산업혁명 지원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인더스트리 4.0 FIRST 보증은 이를 위한 마중물이다. 김 이사장은 "FIRST는 4차 산업혁명(Fourth Industrial Revolution)과 엄청난 변화(Significant Transformation)를 의미한다"며 "기존 상품 대비 지원 조건과 절차를 대폭 줄이고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핵심 기업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그는 4.0 FIRST 보증에 이어 또 다른 신상품·신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기보 맞춤형 샌드박스(Sandbox)' 제도 도입이다. 김 이사장은 "제안자가 직접 주도해 사업안을 구체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 조직으로, 유연하고 탄력적인 조직 운용을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바일 앱인 '창업 내비게이션' 서비스도 구상 중이다. 그는 "기보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기술창업 노하우와 인프라를 모바일로 제공하자는 것"이라며 "청년실업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보 맞춤형 샌드박스와 창업 내비게이션 앱은 직원들이 직접 제안한 아이디어다. 김 이사장은 창립 28주년을 기념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혁신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특별업무제안 공모를 실시했는데 임직원들이 100건 가까운 아이디어를 제출했다. 김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빅데이터나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아이디어도 많이 나왔는데 이른 시일 안에 제도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일방적인 소통이 아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직급에 관계없이 생각과 아이디어를 개진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이사장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에서 한 직원이 이사장 헤어스타일이 너무 올드한데 바꿀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후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주지는 않았지만 그는 "젊은 직원 시선에서 볼 때 제가 어떻게 비쳐지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며 웃었다.
△1961년 부산 출생 △1979년 부산 혜광고 졸업 △1983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83년 행정고시 27회 △2008년 기획재정부 대변인 △2009년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 △2012년 기재부 기획조정실장 △2014년 부산시 경제부시장 △2017년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