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투자 비밀수첩-129] 한창 게임업계를 출입하던 2014년 말 얘기입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엔씨소프트 직원들과 커피를 마실 때였어요. 몇몇 분이 깊은 한숨을 쉬며 얘기했습니다. "회사를 믿고 거액의 회사 주식을 샀는데 반 토막이 났다. 이걸 팔지도 못하고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
↑ 엔씨 소프트/매경DB |
그런데 당시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의 호황에 너무 취해 있었어요. 그래서 모바일 대응이 상대적으로 늦었죠. 누구나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가 열렸는데도 말이에요.
반면 넷마블과 컴투스, 게임빌을 비롯한 업체들은 모바일에 빠르게 대응하며 인기게임을 쏟아내기 시작했죠. 이 같은 우려가 시장에 널리 퍼지며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겁니다. 주당 15만원대로 주가가 반 토막이 나더니 반등 매수세가 몰리며 2014년 초 주당 24만원 안팎으로 잠시 회복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주가는 한도 끝도 없이 떨어지며 2014년 말 주당 12만원대로 추락하고 맙니다.
당시 시장에서는 엔씨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죠. 세상이 모바일 위주로 변했는데 안일하게 시대를 읽지 못한 뼈아픈 대가라고 손가락질했습니다. 가진 거라고는 20년 넘는 충성 고객을 가진 리니지 하나였습니다. 소위 '린저씨(리니지를 하는 아저씨)'들이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어 당장의 '캐시카우'는 문제없지만 엔씨소프트는 딱 그 정도인 회사라고 폄하했습니다.
그 뒤로 2년 반이 흘렀습니다. 지금 엔씨소프트 주가는? 1년래 최고점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시나브로 오르던 주가에 거래가 실리더니 2017년 4월 17일 주당 36만원을 넘어버렸습니다. 주가가 바닥을 칠 때 주식을 사놓고 2년 반을 묻어놨으면 투자금이 거의 세 배로 늘어났다는 얘기지요. 물론 시장의 파도를 견디며 이렇게 하기는 쉽지 않겠지만요.
놀랍게도 반전의 계기는 또 '리니지'였습니다. 엔씨소프트 주가가 급등한 1차 배경은 넷마블게임즈에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을 빌려줘서 탄생한 '리니지2 레볼루션'이 엄청난 대박이 났기 때문입니다. 출시 3개월 만에 매출 5000억원을 기록하며 세계적으로 따져봐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흥행게임이 됐습니다. PC게임으로 리니지를 하던 게이머들이 잘 만들어진 리니지 모바일 게임에도 열광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엔씨소프트가 가진 것은 '리니지' 달랑 하나라고 비판을 받았는데 결국 리니지가 대박의 숨은 힘이었던 겁니다.
2차 상승은 2017년 4월 12일 리니지가 자체 개발한 모바일게임 '리니지M' 사전 예약 직후에 나왔습니다. 예약을 받은 지 8시간 만에 예약자 100만명이 몰렸습니다. 그러자 주가가 이틀 만에 10% 넘게 뛰었습니다.
게임업계에는 "한번 게임에 맛을 들이면 다른 사업은 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떠돕니다. 소위 금수저로 태어나지 않고 재벌 2세와 비슷한 게, 혹은 이를 넘어설 정도로 재력가가 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게임이라는 것이지요. 실제 넥슨의 모회사 NXC의 김정주 회장, 넷마블게임즈 최대주주 방준혁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이 가진 주식 평가 액수는 조 단위에 달합니다. 가장 성공한 인물만 예를 든 게 이 정도고 게임사업으로 수백억 원 자산가가 된 인물은 정말 많습니다.
골방에서 같이 짜장면 시켜 먹던 친구가 하루아침에 성공한 사업가가 됐는데 "내가 부족한 게 뭐가 있다고 친구보다 못하겠느냐"며 게임에 손을 뗄 수가 없다는 얘기지요. 반대로 돌려 말하자면 게임은 뭐가 성공할지 실패할지 미리 예측하기가 정말 힘듭니다. 열심히 준비했던 게임이 쫄딱 망하기도 하고, 대충 시장의 의견이나 떠보자고 출시한 게임이 예상 밖의 호평을 받아 엄청 성공하기도 하고요. 그만큼 불확실성이 큰 존재입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그래서 게임주는 변동성을 즐기는 투자자에게 맞는 업종입니다. 굳이 방법을 찾자면 역시 기본에 충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가수익비율(PER)을 비롯한 분석 툴 몇 개는 들고 있어야지요. 게임으로 꾸준히 돈을 벌고 있는데 아직 주가는 많이 오르지 못한 주식에 돈을 묻는 게 그나마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그러려면 스테디셀러 몇 개를 가진 게임회사가 가장 유망합니다. 인기가 쉽게 꺼지지 않는, 그래서 매출과 이익이 꾸준히 나지만 최근에 초대박이 나지 않아 주가는 상대적으로 잠잠한 주식에 돈을 묻는 겁니다. 주가가 실적을 반영해 오른 뒤에 다시 내다 파는 거지요.
가장 위험한 것은 당장 손에 잡히는 기대감에 몰빵을 치는 겁니다. 태풍
[홍장원 증권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