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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문 대통령의 경제 분야 공약 작성 과정에 참여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 이슈는 정부 차원에서 방향을 정하기보다는 다음달 열리는 국회에서 논의해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은산분리 완화 이슈에 대해 정부가 찬성·반대 입장을 제시하지 않고 국회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그간 '재벌의 사금고화' 우려가 있다며 은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이었던 문 대통령 측이 적극적인 찬성으로 돌아선 것은 아니지만 굳이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그만큼 이르면 6월 정기국회에서 은산분리 완화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문 대통령은 당 대표였던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금융이 재벌의 사금고가 돼서는 안 된다"며 "금산분리를 통해 재벌과 금융을 분리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 바 있다. 문 대통령 공약집에도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각 업권에서 현행법상 자격을 갖춘 후보가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행법상 은산분리 규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인터넷은행 인허가 과정을 개선해 진입 장벽은 낮추겠다는 얘기다.
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정무위원회 간사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정무위 공청회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 요구에 대해 일단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후 1년간 지켜본 뒤 다시 논의하자고 주장하며 은산분리 완화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이처럼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부정적이었던 문 대통령 측의 태도에 변화가 감지되는 것은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지 않고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권 혁신을 불러오는 메기 역할을 할 수 없다는 현실적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또 전 세계가 핀테크 혁명을 통해 금융산업 선진화를 앞당기고 있는 시대 흐름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의원은 "문 대통령이 금산분리 유지 공약을 내걸었지만 이것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를 엄격하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며 "당내에도 은산분리 완화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있기 때문에 은산분리 규제 완화 문제는 당론을 통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문 대통령이 임명할 신임 금융위원장이 금산분리 완화에 우호적인 사람이라면 당론이 변화할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진단했다. 이처럼 민주당 내에서도 특례법 형식을 통해 인터넷은행의 은산분리 규제를 풀어주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국회 정무위가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를 완화해주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 은산분리 완화에 찬성했던 정재호 민주당 의원,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 외에도 민병두 의원을 포함한 다수의 민주당 의원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우호적인 태도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으로 돌아섬에 따라 지난달 출범한 케이뱅크와 다음달 영업을 시작할 예정인 카카오뱅크 모두 영업 확장에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이미 초기 자본금의 절반을 시스템 구축과 서비스 개발 비용 등으로 사용한 상태라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해야 대출 영업을 지속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 역시 은산분리 문제가 해결되면 카카오의 지분 확충과 사업 주도에 큰 도움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은산분리에 대한 새 정부 입장이 예상보다 완강하지 않아 내부 분위기가 고무된 상황"이라며 "국회에서도 은산분리 문제를 신성장산업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다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