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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코스닥 상장을 앞둔 하림그룹 지주회사 제일홀딩스의 민동기 대표(59·사진)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만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대규모 투자 없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제일홀딩스는 국내 대표 육가공업체인 하림그룹의 최상위 지주회사다. 그룹 경영 전략을 세우고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이끄는 조직이다.
제일홀딩스가 코스피가 아닌 코스닥행을 택한 것도 이러한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민 대표는 "대다수 식품 회사들이 유통·판매에만 치우쳐있는 반면, 제일홀딩스는 뿌리부터 줄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식품 생태계를 구축하는 사업 모델을 추구한다"면서 "남들이 가지 않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벤처기업이 많은 코스닥 시장에 어울린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제일홀딩스는 이번 공모에서 총 2038만주를 모집한다. 주당 공모희망가는 2만700~2만2700원으로 전체 공모금액은 희망가 상단 기준 4626억원에 달한다. 다음달 12일부터 이틀간 국내외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한 뒤 같은 달 19~20일에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상장 대표 주간사는 KB증권이, 공동 주간사는 신한금융투자가 맡고 있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공모자금은 그룹 재무구조를 안정화하는 데 우선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하림그룹은 지난 2015년 해상운송업체 팬오션를 인수할 당시 5700억원가량을 금융권에서 차입했다. 현재 남아있는 차입금 3300억원을 이번 기회에 모두 상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상환하고 남은 공모자금은 기존 사업 확충, 신사업 발굴, 해외 시장 진출 등에 투자하기로 했다.
향후 제일홀딩스는 체계적인 식품 이력 관리를 위해 계열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민 대표는 "자체 생산한 사료로 키운 축산물을 직접 가공해 판매하는 '체인 구조'를 보다 탄탄히 하겠다"며 "식품 이력 관리가 제대로 이뤄져야만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료 생산의 기초가 되는 곡물을 운송하기 위해 팬오션을 인수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해외 사업에도 한층 속도를 낼 계획이다. 주요 타깃은 빠른 경제 성장을 보이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이다. 경제 성장으로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 개인들의 육류 섭취량이 늘게 돼 시장성이 크다는 게 민 대표의 설명이다. 제일홀딩스는 현재 중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 진행하고 있는 비료 사업에 계열화 시스템을 접목해 사업 영역을 더욱 넓혀갈 계획이다.
제일홀딩스는 올해 예년과 같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육계와 양돈 시세가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일홀딩스는 매출액 6조1964억원, 영업이익 4507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1%, 28% 증가한 수치다. 올해에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7조원대, 5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상장 결정과 함께 논란이 됐던 중간지주회사 하림홀딩스와의 합병에 대해 민 대표는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합병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진 게 없다"고 답했다.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가 보유한 경쟁력이 각각 달라 시장 흐름을 보면서 적절한 시기가 왔다고 판단될 때
마지막으로 민 대표는 "육가공업체가 계열화 시스템을 기반으로 성장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든다"면서 "시장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한 번 체계를 구축해놓으면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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