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세로 돌아선 채권자금

월별 채권 거래대금이 2개월 연속 줄어들면서 이달 들어 3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코스피 사상 최고치 행진에 하루 평균 주식 거래대금은 꾸준히 올라 9조원을 넘어섰다. 이 때문인지 시장 일각에선 채권 투자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월(1~25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9조468억원으로 전월(8조538억원) 대비 12% 이상 늘어났다. 반면 장내외 채권시장에서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달과 비교해 5.9% 감소한 28조5569억원으로 집계됐다. 월별 하루 평균 채권 거래대금을 살펴보면 지난 1월 26조1894억원, 2월 29조6773억원, 3월 32조8976억원, 4월 30조3535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증가세를 기록하던 채권 거래대금이 두 달 만에 다시 3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채권 거래대금이 두 달째 하락한 것은 새정부가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나설 경우 국채 발행 물량이 증가하고 국채를 비롯한 채권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의 세수여건 등을 고려했을 때 추경을 편성하더라도 국채 발행이 급증할 가능성은 낮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에게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가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는 가운데 주식과 채권 거래대금의 증감이 엇갈림에 따라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대이동(Great Rotation)'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하지만 최근 주식형 펀드에서 유출된 자금이 많고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이 137조원을 돌파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 대이동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다소 우세해 보인다. 다만 3분기까지는 국내 채권시장에서 경기 개선과 신정부 정책에 대한 경계감 등으로 채권 수급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새 정부는 일자리 정책과 함께 정부 주도하에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내년 예산이 확정되는 9월까지는 정책 불확실성에 따라 투자자들이 '관망 모드'로 전환하고 일부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