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모주 투자노트 / 제일홀딩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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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시가총액만 최대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저평가 매력을 갖추고 있어 공모주를 눈여겨보던 투자자라면 관심을 가질 만하다. 카카오의 유가증권시장 이전 결정으로 침체에 빠진 코스닥 시장 분위기를 딛고 상장 전 과정을 무난히 끝마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그룹의 순수지주사 제일홀딩스는 다음달 12~13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 후 공모가를 정할 예정이다.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공동 주간을 맡았다. 제일홀딩스의 공모 희망가는 주당 2만700~2만2700원으로 상장 직후 예상 시총은 1조4639억~1조6053억원에 달한다. 제일홀딩스는 여러 알짜 회사를 두루 갖춰 기업가치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림홀딩스 지분 68.1%, 하림 지분 47.9%를 들고 있다. 최근 인수한 팬오션 지분 50.9%와 음식료 업체인 팜스코 지분 56.3%도 가지고 있다. 지배력을 미치는 자회사, 손자회사 중에 코스피 상장사가 팜스코 팬오션 등 4곳, 코스닥 상장사가 하림과 하림홀딩스 2곳에 달한다.
자회사들이 최근 안정적인 실적을 내주는 덕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상승세다. 2014년 연결기준 제일홀딩스 매출액은 3조919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이 수치가 6조196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2280억원에서 지난해 4510억원으로 뛰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 지주사 몸값이 뛰는 분위기다. 자회사가 배당성향을 높이면 지분을 들고 있는 지주회사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 목소리가 높아서다. 제일홀딩스도 적잖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가 밴드 최상단인 2만2700원으로 공모가가 정해진다고 가정할 때 제일홀딩스 예상 시총(1조6053억원)으로 평가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약 0.6배다. 예상 시총이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으로 투자 매력이 있다는 뜻이다. 제일홀딩스의 예상 PBR는 LG(1.04배)를 비롯해 GS(1배) 두산(0.98배) 등 다른 지주사와 비교해도 저평가된 편이다.
주간사인 KB증권 관계자는 "축산 계열 분야 사업군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루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하림그룹 가치를 볼 때 할인을 많이 한 상태로 공모가 밴드가 정해졌다"며 "계열사가 낼 수 있는 시너지에 주목하는 투자자 관심이 몰릴 만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최근 다소 주춤한 공모 시장 분위기는 걸림돌이다. 상반기 대형 기업공개(IPO)로 주목받은 ING생명보험과 넷마블 공모 이후 주가가 내리막을 타고 있다.
ING생명은 시가 기준 5% 안팎의 높은 배당수익률으로 주목받았지만 부진한 생명보험사 업황에 발목이 잡혀 주가가 공모가(주당 3만3000원) 이하로 떨어졌다.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물량 확보 경쟁이 벌어졌던 넷마블게임즈 역시 주식이 공모가(주당 15만7000원) 밑에서 거래되고 있다.
제일홀딩스 주가 역시 "상황을 더 지켜보고 투자해도 늦지 않다"는 보수적인 시각 탓에 상장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제일홀딩스가 상장 이후 중간지주회사 격인 하림홀딩스와 합병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사세를 불려오
시장 일각에서는 추후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 합병 비율이 어떻게 정해질지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제일홀딩스 주가가 당분간 기업 실적과 무관한 지배구조 이슈로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