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 재건축단지에서 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자이 사이에 아파트 고급화 경쟁이 촉발된 지 10년 만에 강남구 개포동 재건축 시장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재현되고 있다. 지난해 재건축 시장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개포주공2단지(래미안 블레스티지)와 개포주공3단지(디에이치 아너힐즈)가 대표적이다.
개포주공2단지조합은 최근 공용시설과 외관 중심으로 차별된 디자인 업그레이드 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합이 설계를 확정한 후 다시 수정한 셈이다. 나봉기 개포2단지 조합장은 "단지 고급화야말로 일반 분양자는 물론 조합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투자"라며 "차별화 공사는 절감된 사업비로 진행해 조합원에게도 추가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설계 후 준공까지 걸리는 기간이 10년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설계 수정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고급화 작업은 차별된 콘셉트를 내세운 이웃 단지(개포주공3단지)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개포 재건축 대표주자인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와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는 지난해 각각 정당계약 8일, 4일 만에 완판돼 화제를 모았다. 특히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현대건설이 강남 재건축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만든 별도 브랜드를 처음 적용했고 강남권 최초로 빌라형 단독 테라스하우스를 제공했다. 일반분양이 소수에 불과한데 주변 단지보다 분양가가 높아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심사를 수차례 거부하다가 3.3㎡당 4137만원으로 일반분양됐다. 개포 재건축 첫 분양이었던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3.3㎡당 평균 3760만원이었다.
이에 대해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과거 2008년 반포자이와 반포래미안퍼스티지가 벌였던 재건축 고급화 경쟁이 개포에서 재점화한 것으로 풀이한다. GS건설이 반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하는 '반포자이'를 고급화 단지로 조성한 데 자극받은 반포주공2단지 조합도 고급화 경쟁에 뛰어들어 래미안 브랜드 뒤에 별칭 '퍼스티지'를 처음 붙였고, 한강을 형
마감재는 물론 공용 로비, 라운지나 엘리베이터, 단지 내 조경 등에 투자해 고급화하는 전략에 비중을 두는 것은 이런 단지들이 자연스럽게 시세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재건축 '학습효과'도 작용한것으로 풀이된다.
[이한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