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펀드자산 편입 여부, 고민하는 당국

전세계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하면서 가상화폐 투자광풍이 불어닥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가상화폐를 편입하는 펀드설정이 추진되고 있어 시장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펀드자산에 편입하는데 대해 딱히 법적인 제한은 없다. 다만 가상화폐가 국내에서 법정화폐로 인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금융당국이 펀드설립을 허용할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진단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A자산운용사가 펀드 자산으로 비트코인을 편입하기로 결정하고 금융당국에 비트코인 펀드설정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A자산운용사는 펀드 편입하는 자산에 대한 제약이 따로 없기 때문에 비트코인 펀드설정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집합투자(펀드)는 2인 이상 투자자로부터 모은 여유자금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투자대상자산에 운용하고 그 결과를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것이다. 불법적인 투자자산만 아니라면 유가증권, 금·원유뿐 아니라 미술품, 뮤지컬티켓 등을 펀드에 담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한해 우선적으로 비트코인을 편입자산으로 삼는 방법도 있다.
이와관련해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펀드 출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펀드 편입 자산에 대해 큰 제약은 없지만 국내 비트코인의 경우, 개념이 모호하고 가격 등락이 크다는 점에서 비트코인 펀드설정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특히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화폐인지, 투자상품인지 개념 자체가 모호한데다 최근 투자가 급증하면서 가격거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변동성이 과도하게 높다는 점에 금융당국은 주목하고 있다. 올들어 가격이 3배 이상 폭등한 비트코인은 지난 11일 3000달러를 돌파해 사상최고치를 찍은뒤 다음날 곧바로 400달러나 폭락하는 등 과도한 가격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또다른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은 비트코인보다 더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김학수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가상화폐라는 명칭에 화폐 의미가 들어가 있지만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는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비트코인이 과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 버블'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17세기 네덜란드 귀족사회에서 수입품인 튤립이 큰 인기를 끌며 투기 열풍이 불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가 거품이 꺼지면서 값이 곤두박질치면 투자자들이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은 바 있다.
해외에서도 비트코인 펀드 설정과 유사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흐름을 추종하는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스웨덴에 상장돼 있다. 스위스 크로나와 유로화로만 거래돼 국내에서는 매매가 불가능하다. 지난 3월 미국에서도 비트코인 ETF 상장이 시도됐지만 불발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관리감독이 어렵다는 이유로 비트코인 ETF 승인 요청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지난 3월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18% 넘게 폭락한 바 있다.
이와관련해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ETF가 국내에서 상장되려면 거래 안정성을 갖춰야 할 것"이라며 "비트코인 지수가 조작되지 않는다는 신뢰가 쌓이고 객관적인 지수로 인정받는 절차가 우선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윤예 기자]